중국, 세계 정제량 80~90% 장악… 미·중 정상회담이 분수령
한국 수입량 76% 급락·오는 11월 2차 제재 재개 여부 촉각
한국 수입량 76% 급락·오는 11월 2차 제재 재개 여부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시행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글로벌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량이 4% 줄고 이트륨·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 수출은 최대 65% 폭락하는 등 세계 공급망에 구조적 균열이 뚜렷해지고 있다.
오는 11월 2차 제재 재개 여부를 결정할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글로벌 제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한국의 희토류 수입량은 무려 76%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케이아시아는 15일(현지시각) 중국 세관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 간 중국의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량이 5810만 킬로그램(kg)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8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로 소폭 증가했다.
자석 수출 4% 감소, 중희토류는 최대 65% 급락
중국은 지난해 4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자 7개 중희토류 원소에 이중용도 수출 허가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통제 대상을 12종으로 확대하고, 중국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에도 적용하는 역외수출통제 규정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 2차 조치는 미·중 무역 협의 결과 오는 11월 10일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화합물 수출에서 타격은 더욱 두드러진다. 제트엔진·가스터빈 열차단 코팅에 쓰이는 이트륨 산화물 수출은 부피 기준으로 53%, 전기차 모터 고성능 자석 소재로 쓰이는 디스프로슘 산화물은 65%, 테르븀 산화물은 59% 각각 줄었다. 전체 희토류 화합물 수출은 금액 기준 17% 감소했다.
벨기에 희토류 전문가 나빌 만체리는 "대부분의 응용 분야에서는 허가 취득 기간을 감안해 공급망이 정상화됐으나, 수출 심사 과정이 조달 기간을 최소 3개월 이상 늘리고 최종 제품 정보까지 제출해야 하는 행정·상업적 부담을 안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안보 관련 기업들은 소재 자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기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허가 승인률이 2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진은 대형 유럽 기업 80% 이상이 중국 희토류 생산업체와 3단계 이내 중간 거래처로 연결돼 있다고 추산했다.
방산은 '소재 절벽', 제조업은 설계 변경으로 탈출구 모색
방산업계 타격은 특히 심각하다.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의 핵심 소재 엔지니어 새뮤얼 스타인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서 "통제 대상 소재 없이도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점점 더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오를리콘 서피스 솔루션즈의 글로벌 조달 책임자 마노지 카마트카르도 같은 자리에서 재고 소진과 재활용 등 대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체 공급망이 실제 가동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조업체들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캐나다 의료기기 업체 나날리시스 사이언티픽의 션 크라키우스키 창업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희토류 금속과 자석 조달의 심각한 어려움이 '전화위복'이 됐다"며 "자석 조성과 중희토류 제한에 따른 소재 공학적 난제를 해결한 결과,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도 기능은 그대로인 자석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전동모터 제조업체 리갈 렉스노드의 로버트 레하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 중반부터는 희토류 자석 공급망 문제를 넘어설 것"이라고 최근 분석가들에게 전했다.
오는 11월 분수령… 대체 공급망은 장기 과제
지난해 11월 미·중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중국이 2차 희토류 수출통제 시행을 오는 11월까지 유예했으나, 지난해 4월 시행된 1차 통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2차 제재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한편 한국은 '공급망 연쇄 충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지난해 4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제 시행 이후 한국의 희토류 수입이 76% 급락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산업통상부의 공급망 점검 회의에서 '중국(원 소재)→일본(가공 소재)→한국(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상 일본 내 생산 차질 시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체 공급망 구축 경쟁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호주 라이나스는 중희토류 분리를 시작하며 일본·미국과 가격 보장 협약을 맺었고, 캐나다 네오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는 지난달 에스토니아 정제시설에 중희토류 분리 공정을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퓨얼스도 지난해 말 유타 시설에서 디스프로슘 산화물 생산을 시작했다.
방산 전문 자석업체 아놀드 마그네틱스를 보유한 사모펀드 컴패스 다이버시파이드의 엘리아스 사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분석가들에게 "지정학적으로 안전한 희토류 자석 공급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태국 생산 확대 계획을 밝혔다.
자원 전략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희토류의 무기화'로 규정한다.
중국은 희소성이 아닌 통제력을 무기로 삼아 일시적·가역적 수출제한으로 가격 결정권을 유지하면서 서방의 대규모 대체 투자를 막고 있으며, 독립적 대체 공급망 구축에는 20~30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젝트 블루의 데이비드 메리먼은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대체 공급망에는 유리한 환경이 된다"며 "중희토류 고가 시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