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로봇·RLWRLD·비트센싱, 구글·에어비앤비 밟은 WEF 등용문 통과
피지컬AI 벤처 자금 35조… 한국, 역대 최다 기술 선구자 배출
피지컬AI 벤처 자금 35조… 한국, 역대 최다 기술 선구자 배출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벤처 자금의 60%가 인공지능(AI)으로 쏠리는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경제포럼(WEF)의 권위 있는 '기술 선구자(Technology Pioneer)' 선정에서 역대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WEF는 현지시각 지난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2026년 기술 선구자 100개사를 발표했다. 한국이 AI·로봇·양자기술 분야에서 역대 최다 대표 기업을 배출했으며, 에이로봇(A-Robot)·RLWRLD·비트센싱(bitsensing) 등 3개사가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 페이팔, 에어비앤비가 초기 스타트업 시절 이 과정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이번 선정은 한국 딥테크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AI가 바꾼 딥테크 지형… "거대 자본 없이도 불가능에 도전"
올해 선정된 100개사는 23개국에 걸쳐 있으며, AI가 전 세계 벤처 자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점에 등장했다. 핵심 주제는 AI 응용 서비스가 아닌 '인프라'다.
자율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신원 확인, 결제, 보안, 기업 통합이라는 기반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번 코호트에서 주목받는 두 그룹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자율 AI 에이전트 기반을 구축하는 기업들이다.
에너지와 컴퓨팅의 결합도 핵심 흐름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AI 수요 급증으로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지열·핵융합·우주 태양광 등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물리 세계에서 인식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는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에는 지난해 한 해에만 벤처 자금 260억 달러(약 39조 5070억 원)가 투입됐는데, 이는 2019년의 42억 달러(약 6조 3819억 원)에 견줘 여섯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WEF 혁신가 커뮤니티 총괄 베레나 쿤(Verena Kuhn)은 "이들이 도전하는 문제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필요했던 것들"이라며 "AI는 이들 기업이 만들고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이들이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국 3개사, 로봇·레이더·AI 분야서 나란히 이름 올려
한국 스타트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로봇, 레이더 응용, 양자기술 분야에서 경계를 넓히고 있으며, 이번이 역대 최강 대표단 규모다.
에이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 기술로 선정됐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세계경제포럼 선정과 엔비디아 인셉션 파트너십은 에이로봇이 개척해온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 기술력이 전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공인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RLWRLD는 로봇이 물리 환경을 인식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기반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480만 달러(약 224억 원), 올해 2600만 달러(약 395억 원)의 씨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류정희 RLWRLD 대표는 인텔에 인수된 컴퓨터 비전 회사 올라웍스(Olaworks)를 창업한 뒤 로봇 기반 모델 개발로 돌아온 연쇄 창업가다.
비트센싱은 레이더 기반 감지 기술을 주력으로 한다. 이번 세대의 한국 스타트업들은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 구조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혁신 생태계의 의미 있는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의 지형, 실리콘밸리 너머로 이동
인도는 9개사를 배출했으며 대부분이 우주·딥테크 분야다.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은 지난해 벤처 자금 16억 달러(약 2조 4312억 원)를 끌어모았는데, 이는 2023년 대비 78% 늘어난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텔라(Intella)는 4억 명 아랍어 사용자를 위한 음성 AI로, 콜롬비아의 키푸(Quipu)는 AI 신용평가로 금융 소외 계층의 제도권 진입을 돕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100개사는 오는 23~25일 중국 다롄에서 열리는 '신 챔피언 연례 회의(Annual Meeting of the New Champions) 2026'에 참가하며, 2년간 WEF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딥테크 혁신이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범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 3개사의 동반 진입은 K-로봇·K-AI의 글로벌 경쟁력이 이제 국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숫자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