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알루미늄 가공품 400개에 탄소국경세 확대…수입액 281조 원 규모
2028년 시행 땐 中 철강 가격 경쟁력 붕괴…한국 철강주 반사이익 촉각
2028년 시행 땐 中 철강 가격 경쟁력 붕괴…한국 철강주 반사이익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이 같은 EU 이사회 결정을 보도하며, 세탁기와 지게차, 정원 공구까지 포함된 새 적용 목록이 연간 수입액 기준 1600억 유로(약 281조 원)에 이르는 규모라고 전했다.
단순 가공·우회 수출 차단이 핵심
이번 확대의 직접적 배경은 CBAM 우회다. 올해 1월 전면 시행에 들어간 CBAM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를 EU로 수입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의무 구매하도록 한 제도다.
EU 역내 기업은 이미 배출권거래제(EU-ETS)를 통해 탄소 비용을 부담하는데, 역외 수입품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 이른바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막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문제는 허점이었다. 철강을 단순 가공해 세탁기나 지게차 같은 완성품 형태로 수출하면 기존 CBAM 적용을 피할 수 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허점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12월 17일 철강·알루미늄 함유 다운스트림(최종재) 제품 180개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EU 이사회는 여기에 200개를 더 얹어 총 약 400개 품목으로 목록을 확정했다.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인 보프커 호크스트라는 "경쟁 환경 공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라며 "업계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EU 이사회와 유럽의회 간 협상이 시작되며 최종 품목 목록은 오는 2028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조율된다.
개도국 반발·WTO 소송…규제의 정치경제학
러시아도 WTO에 EU의 CBAM과 배출권거래제가 위장된 무역 장벽이라며 제소한 상태다.
반면 EU 당국은 CBAM이 역외 국가들의 친환경 생산 투자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프랑스는 인도양 소재 해외 영토인 마요트와 레위니옹의 경우 EU산 시멘트·철강을 현실적으로 조달할 방법이 없고 해당 지역에서 EU 본토로의 우회 수출 가능성도 낮다는 논리로 예외 조항을 이끌어냈다.
한국 수출기업, 2031년이 임계점
한국은 CBAM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對)EU 철강 수출량은 317만t, 철강 제품은 22만t이며, CBAM 품목 EU 수출량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올해 4월 기준 CBAM 인증서 가격은 이산화탄소(CO₂) 1t당 75.36유로로 결정됐다. 탄소 감축 실적이 없는 기업일수록 EU 수출 원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EU가 2028년 CBAM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2034년까지 역내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을 단계적으로 폐기할 계획임에 따라 EU 수출 시 탄소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역내 무상 할당률은 2031년부터 39% 수준으로 떨어져 유상 부담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적용 확대로 지게차, 건설기계, 상용차, 산업용 기계 등도 새롭게 규제권에 들어온다. 완성 승용차는 대상에서 빠졌지만, 화물자동차 등 상용차는 포함되며 적용 범위는 신품에 한정된다.
EU 이사회가 확정한 품목 목록은 이제 유럽의회와의 협상을 거쳐야 하며, 최종 합의 내용에 따라 2028년 시행 시 실제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탄소 감축 속도가 생존 조건"
EU의 CBAM 적용 범위 확대는 한국 수출 산업 전반에 구조적 비용 압박으로 작용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분석한 결과,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올해 851억 원에서 2028년 1215억 원, 2030년 3086억 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2034년에는 연간 5500억 원을 웃돌아 9년 누적 부담이 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34년 철강업계의 연간 CBAM 부담은 주요 4개 철강사 영업이익의 24%에 달할 수준으로, 수익성을 직접 흔드는 변수로 부상했다.
국내 양대 철강사는 각기 다른 경로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4년 2월 광양제철소에 연간 250만t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착공했으며, 올해 상반기 가동에 들어간 이 설비를 통해 기존 고로 대비 최대 75%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탄소 감축 가치를 '그린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제품 가격에 얹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총 58억 달러(약 8조 8131억 원)를 투입해 연간 270만t 규모의 전기로 기반 제철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분 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그룹 20%, 현대자동차 15%, 기아 15%로 구성됐으며, 부지 매입과 핵심 설비 계약을 마치고 올해 3분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과 상업 생산 목표는 2029년 1분기다.
반면 전기로 전환의 발목을 잡는 변수는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탄소 배출은 줄었지만 전기요금 상승으로 저탄소 강판의 국내 채산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