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수익 좇되 부도 위험 피하려는 투자자들…올해 14조원 유입
이미지 확대보기사모대출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고 선순위 구조를 갖춘 CLO ETF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랭클린템플턴, 베어링스,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야누스헨더슨 등 주요 운용사들이 최근 고등급 CLO 채권에 투자하는 ETF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대출채권을 모아 만든 구조화 상품이다. 여러 대출을 한데 묶은 뒤 투자자에게 위험 순서가 다른 채권으로 나눠 판매한다. 손실이 발생하면 후순위 투자자가 먼저 부담하고 선순위 투자자는 나중에 손실을 입는 구조다.
◇ 올해 CLO ETF에 14조원 유입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CLO ETF에는 90억달러(약 13조7000억원)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7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와 비교해 증가한 규모다.
특히 6월 첫째 주 전후에는 미국 CLO ETF에 7억4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가 들어왔다. 이는 2월 첫째 주 이후 가장 큰 주간 유입액이다.
자금 유입은 주로 최상위 등급 트랜치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BBB 등급 메자닌 펀드에도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제이미 플래닉 애널리스트는 “그 부분의 시장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투자심리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ETF 자금 유입은 신규 CLO 발행 수요도 자극할 수 있다. 올해 광범위 신디케이트론을 기반으로 한 CLO 발행은 약 580억달러(약 88조2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시점 약 890억달러(약 135조3000억원)보다 줄었다. 플래닉 애널리스트는 CLO ETF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지면 하반기 발행이 다시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사모신용 대신 유동성 갖춘 대안
사모신용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접근하는 대표 수단 중 하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다. BDC는 중견·비상장 기업에 대출하거나 투자한 뒤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상장 펀드 성격의 상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BDC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졌다. 하이픈웰스매니지먼트의 사이러스 아미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LO ETF와 BDC를 비교하면 고객의 유동성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위험 조정 수익을 얻는 데 CLO ETF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 BDC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확정하기 꺼리면서 유동성이 경색됐다고 지적했다. ETF는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어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 고금리 수익은 얻고 손실은 후순위가 먼저 부담
CLO ETF의 매력은 고금리 환경에서 레버리지론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부도 손실은 후순위 구간이 먼저 흡수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되면서 중앙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레버리지론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그러나 높은 차입비용이 장기화되면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재무 상태는 악화된다.
투자등급 CLO 트랜치는 이런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위쪽에 자리한다. 기초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후순위 지분 트랜치가 먼저 충격을 받는다. 야누스헨더슨의 존 커슈너 글로벌 유동화상품 책임자는 후순위 지분 구간이 “사실상 10배 레버리지된 구조”라며 “투자등급 CLO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이론상 방어 구조다. 기초 대출의 부실이 심각해지고 손실이 커지면 선순위 채권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사모대출 직접 노출보다 고등급 CLO ETF가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 운용사들 상품 출시 잇따라
운용사들도 이 흐름에 맞춰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베어링스는 이달 순자산의 최소 80%를 투자등급부터 더 낮은 등급의 CLO 채권까지 CLO 부채 전반에 투자하는 새 ETF를 발표했다. 다만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는 투자등급 성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베어링스의 스티브 페이지 CLO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CLO 채권의 특성과 성과에 더 익숙해질수록 시장이 계속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피델리티는 2월 AAA 등급 자산에 초점을 맞춘 FAAA와 낮은 등급 구간에 투자하는 FCLO 등 두 개의 CLO ETF를 출시했다. 같은 달 야누스헨더슨도 AA와 A 등급 CLO 트랜치에 투자하는 JA ETF를 내놨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이달 들어 미국과 유럽 투자등급 CLO 채권에 투자하는 YCLO ETF를 출시했다. 제프 메이섬 프랭클린템플턴 미국 유통·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사모시장 책임자는 이 상품이 “사모신용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수익과 위험 조정 총수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핌코 “신용손실 사이클 시작”
그러나 신용시장 전반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핌코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신용손실 사이클이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핌코는 레버리지론과 사모 직접대출 같은 저품질 신용에서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핌코의 댄 아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복잡한 신용 구조가 빠르게 확대되는 현상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축적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복잡한 증권이 지나치게 관대한 신용등급을 받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CLO ETF 열풍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선순위 구조와 투자등급 등급이 위험을 낮추는 장치가 될 수는 있지만 기초 대출의 질이 악화되면 시장 전반의 스프레드 확대와 가격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