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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사모펀드 '계속보유펀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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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사모펀드 '계속보유펀드' 조사

평가·공시·이해상충 집중 점검…미매각 포트폴리오 3만개 넘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모펀드 계속보유펀드의 자산 평가와 공시, 이해상충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사모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모펀드 계속보유펀드의 자산 평가와 공시, 이해상충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사모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보유 자산 매각을 미루기 위해 활용하는 계속보유펀드(CV)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고금리와 시장 불확실성으로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길이 막힌 가운데 자산 평가와 투자자 공시, 이해상충 문제가 규제당국의 핵심 점검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EC 집행부서가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계속보유펀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계속보유펀드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기존 펀드에 담긴 자산을 새 투자기구로 옮겨 보유 기간을 연장하는 구조다.

로이터에 따르면 SEC는 계속보유펀드를 둘러싼 잠재적 이해상충, 자산 평가 방식, 투자자 공시의 충분성과 일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어떤 펀드가 조사 대상인지, 해당 펀드가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EC의 조사는 위법 행위가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모펀드 업계는 계속보유펀드 거래 때 통상 제3자 평가 의견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SEC 조사가 반드시 제재나 벌금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 기존 펀드 자산 새 펀드로 옮겨 보유 연장


전통적인 사모펀드는 보통 약 10년의 운용 기간을 갖는다. 운용사는 이 기간 안에 기업을 인수하고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으면 운용사는 원하는 가격에 자산을 팔기 어려워진다.

계속보유펀드는 이때 활용된다. 운용사는 기존 펀드가 보유한 기업이나 자산을 새 펀드로 넘기고 새 투자자를 모집한다. 기존 투자자에게는 현금화할 기회를 주고 남기를 원하는 투자자는 새 구조 안에서 보유를 이어갈 수 있다.
이 구조는 운용사 입장에서 약세장에서 자산을 헐값에 팔거나 경쟁사에 넘기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실을 확정하지 않고 향후 회복을 기다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계속보유펀드는 주로 지분성 자산을 다루지만 최근에는 신용자산 비중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운용사가 거래의 양쪽에 동시에 선다는 점이다. 기존 펀드 자산을 새 펀드로 넘기는 과정에서 운용사는 사실상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 이해관계에 관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자산 가치를 높게 또는 낮게 매길 유인이 생길 수 있고 기존 투자자와 새 투자자에게 같은 정보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사모시장 회수 지연에 CV 급증


계속보유펀드는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에 따르면 운용사 주도 세컨더리 거래 규모는 지난해 1060억달러(약 164조원)에 달했다. 지난 2024년 700억달러(약 108조원)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계속보유펀드가 다수를 차지한다.

신용자산 비중도 높아졌다. 에버코어는 지난해 운용사 주도 세컨더리 거래에서 신용자산 비중이 11%로, 2024년의 5%에서 확대됐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계속보유펀드에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투자 회수 지연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속에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기업들을 현재 시장에서 수익성 있게 매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지정학적 불안, 정책 불확실성, 인공지능(AI)발 산업 재편도 포트폴리오 매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아직 매각하지 못한 포트폴리오 기업은 3만개가 넘는다. 계속보유펀드는 이런 미매각 자산을 새 펀드로 넘겨 새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투자자에게 일부 현금을 돌려주는 통로로 쓰인다.

◇ SEC, 사모신용 시장까지 감시 강화


SEC 내부에서도 사모시장 감시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SEC 집행부서는 지난해 말부터 검사부서, 투자관리부서 등과 비공식 작업그룹을 꾸려 불투명한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와 협업을 강화하려 했다.

SEC 검사부서가 계속보유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 이슈를 점검해온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집행부서가 관여하고 부서 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비상장·사모시장에서 잠재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규제당국의 우려를 보여준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지난달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사모신용 회사의 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우드콕 SEC 집행국장도 SEC가 유동성, 수수료, 평가, 이해상충과 관련한 잠재적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모신용은 은행이 아닌 기관이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시장을 폭넓게 가리킨다.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은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 사모신용 시장 규모 추정치는 다르지만 최소 1조8000억달러(약 278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로이터는 지난해 말 블루아울과 블랙록 펀드에서 문제가 불거진 뒤 미국 규제당국의 사모시장 감시가 더 강화됐다고 전했다. 블루아울과 블랙록은 논평을 거부했다.

계속보유펀드를 둘러싼 분쟁은 이미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는 지난해 에너지앤드미네랄스그룹(EMG)의 계속보유펀드 출범과 관련해 이해상충 거래를 강요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델라웨어 법원은 이 사건을 기각했고 해당 계속보유펀드 거래는 올해 3월 마무리됐다.

EMG 측은 해당 거래가 자문사들과 함께 검토된 것이며 ADIC의 주장은 근거 없고 법적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