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93% "인도에 투자"… 본국 감원·해외 채용 '이중 전략' 본격화
독일이 버린 제조업, 폴란드·인도·멕시코가 줍는다… 공급망 지도 대격변
독일이 버린 제조업, 폴란드·인도·멕시코가 줍는다… 공급망 지도 대격변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제조업체들이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를 대거 줄이고 투자를 해외로 옮기는 '대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영 컨설팅사 호르바트(Horváth)가 독일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와 공동으로 1000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독일 기업 가운데 60%가 독일 본토에서 인력을 계속 줄일 계획이며, 이번 연도에만 자동차·기계·건설업종을 중심으로 최대 10만 개의 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델스블라트가 29일(현지시각) 이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독일은 감원, 해외는 채용"… 글로벌 이중 전략 가속
호르바트 조사에 따르면 독일 내 고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기업은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반면 인도에서는 응답 기업의 93%가 추가 채용 계획을 밝혔고, 중국과 북미에서는 각각 66%와 65%의 기업이 현지 인력을 늘릴 방침인 것으로 집계됐다.
북미 시장에서는 관련 기업의 71%가 인력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며, 인도는 79%의 기업이 생산·개발·판매 거점을 확충하겠다고 밝혀 가장 강력한 성장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유럽은 낮은 인건비와 인력 가용성, 상대적으로 간편한 행정 절차를 앞세워 응답 기업의 58%가 역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호르바트 측은 "기업들이 성장을 포기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부서와 기업 본사는 독일에 남겨두되, 새 생산 시설과 개발 센터, 서비스 거점은 에너지 비용이 싸고 인건비가 낮으며 관료주의가 덜한 지역에 세우는 방식으로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바트의 주요 이전 동기 분석에서는 과도한 인건비가 1순위로 꼽혔고, 생산과 판매를 현지에서 해결하는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전략이 두 번째 이유로 지목됐다.
자동차·금속·기계 전방위 타격… "2019년 대비 이미 32만 개 증발"
EY 파트너 얀 브로힐커(Jan Brorhilker)는 독일 경제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산업이 깊은 위기에 처해 있다"며 "2023년 이후 산업 매출이 5%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적인 고용 악화를 막으려면 뚜렷한 경기 반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독일 금속·전기 산업 사용자 단체인 게잠트메탈(Gesamtmetall)이 올해 실시한 1000개 기업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42%가 현재 사업 상황을 '나쁘다'고 평가했으며, 14%만이 내년 개선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31%는 해외 투자를 늘릴 계획이고, 32%는 해외에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게잠트메탈의 올리버 잔더(Oliver Zander) 사무총장은 "독일에서 투자하는 것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금속·전기 분야에서는 2019년 정점 이후 2025년 말까지 약 25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는데, 이는 6.1% 감소한 수치다. 게잠트메탈은 2026년 말까지 추가로 1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2035년까지 일자리 22만 5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3만5000개 많은 수치"라고 지난달 13일 밝혔다.
폭스바겐(Volkswagen)은 독일 내에서만 2030년까지 5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이미 결정했으며, 보쉬(Bosch)와 콘티넨탈(Continental) 등 대형 부품사들도 수천 명 단위의 대규모 감원을 진행 중이다.
"떠난 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 구조 위기 경고 잇따라
독일 산업의 제조업 생산 지수는 2018년 110포인트(기준연도 2021년=100포인트)를 넘어 정점을 기록한 뒤 거의 끊임없이 하락해 2026년 3월에는 91.2포인트까지 떨어졌으며, 에너지 집약 산업 지수는 83.8포인트에 머물러 코로나19 사태 최저점인 86.1포인트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호르바트는 "독일과 중부 유럽이 핵심 산업 가치 사슬을 역내에 유지하려면 원자재 가용성, 에너지 비용, 전문 인력 문제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며 "한번 이탈한 기업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산업 이탈은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올해 550명의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유나이티드 인터림(United Interim)' 경영 보고서에서도 응답자의 48%가 동유럽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추세가 강하다고 답했으며, 선호 목적지로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체코가 꼽혔다.
독일 금속산업협회 등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이전 흐름의 배경에 관료주의나 전문 인력 부족만이 아닌, 에너지 비용·인건비·세부담 등 구조적인 입지 조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정부가 국방비 증액과 기반 시설 투자를 서두르고 있지만, 경제계에서는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2027년 이후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