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정보업체 야디 매트릭스 “오클라호마주, 5년간 994% 폭증”
보조금보다 전기요금·충전 접근성·주거 형태가 변수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최강 시장…전기차 보급은 주별 양극화
보조금보다 전기요금·충전 접근성·주거 형태가 변수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최강 시장…전기차 보급은 주별 양극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하면 캘리포니아주가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 5년간 전기차 등록 증가율이 가장 높은 주는 오클라호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정부 보조금 종료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전국 단위로 일제히 움직이기보다 주별 전기요금, 충전 인프라, 주거 형태, 정책 환경에 따라 갈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위크에 따르면 부동산·시장정보업체 야디 매트릭스는 최근 낸 자료에서 미국에서 전기차 성장률이 가장 높은 주는 캘리포니아주가 아니라 오클라호마주라고 밝혔다.
야디 매트릭스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최근 5년간 994% 증가했다. 거의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율이다.
◇ 전기차 성장 1위는 오클라호마
오클라호마는 전통적으로 전기차 선도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처럼 강력한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도를 갖춘 것도 아니고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클라호마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낮은 전기요금과 다차량 보유 가구 비중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이 낮으면 휘발유차보다 전기차를 운행할 때 연료비 절감 효과가 커진다. 또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한 가구는 전기차 한 대를 추가하더라도 기존 내연기관차를 병행해 쓸 수 있어 전환 부담이 작다.
예를 들어 픽업트럭으로 견인이나 장거리 이동을 계속하면서 일상 통근용으로 전기차를 들이는 방식이 가능하다. 전기차 한 대에 모든 이동을 맡겨야 하는 가구보다 심리적 장벽이 낮다.
◇ 몬태나·아칸소·뉴저지·네바다도 급성장
오클라호마 외에도 전기차 등록 증가율이 빠른 주들이 나타났다.
야디 매트릭스 자료에 몬태나는 5년간 487%, 아칸소는 454%, 뉴저지는 422%, 네바다는 420% 증가했다. 전통적인 전기차 강세 지역뿐 아니라 남부와 중서부 일부 주에서도 전기차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증가율만으로 시장의 크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등록 대수가 적은 주는 작은 증가만으로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어서다. 아칸소가 대표적이다. 아칸소는 최근 5년간 전기차 등록이 거의 5배 늘었지만 야디 매트릭스는 여전히 전기차 보유 여건이 좋지 않은 주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성장률’과 ‘성숙도’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는 빠르지만 충전 인프라와 전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주가 적지 않다.
◇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최강 시장
증가율 1위가 오클라호마라고 해서 캘리포니아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야디 매트릭스가 평가한 2026년 전기차 보유에 가장 유리한 주 순위에서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1위였다. 이어 워싱턴, 콜로라도, 오리건, 유타, 네바다, 메릴랜드, 하와이, 버몬트, 매사추세츠가 상위 10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전기차 등록 대수,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무공해차 정책, 공공 충전 인프라, 전기요금, 전력망 청정도 등을 종합해 산출됐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전체 전기차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공공 충전소도 6만2000곳 이상으로 미국 최대 규모다.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차 보급 정책, 높은 소득 수준, 친환경 소비 성향이 결합하면서 오랫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즉 캘리포니아는 절대 규모와 인프라에서 여전히 선두이고 오클라호마는 증가 속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지역인 셈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한 가지 지표로 설명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 보조금 종료 뒤 시장은 ‘주별 경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연방 세액공제 종료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는 21만6399대로 전년 동기보다 27% 감소했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5.8%였다. 이는 2025년 3분기 10.6%로 정점을 찍었던 때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오토위크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3.6% 줄었지만, 2분기 판매는 1분기보다 13.9% 늘었다고 전했다. 보조금 종료 충격은 여전하지만 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연방정부 보조금보다 지역별 경제성이 더 중요한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낮고, 충전 접근성이 좋고, 주거지에 충전 설비를 갖추기 쉬운 지역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전기요금이 비싸거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보조금이 사라진 뒤 수요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콕스오토모티브도 전기차 시장의 다음 단계는 정책보다 저렴한 제품, 가격 전략, 인프라 투자가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아파트 충전기가 새 변수
전기차 보급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주거지 충전 인프라다.
단독주택 차고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사람과 아파트·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의 전기차 이용 조건은 크게 다르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밤새 주차하는 동안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야디 매트릭스는 다세대주택의 전기차 충전기 접근성을 중요한 지표로 봤다. 미국 전국 평균으로는 다세대주택의 약 9%가 전기차 충전 설비를 갖추고 있다.
콜로라도, 플로리다, 유타, 애리조나는 다세대주택 충전 설비 비중이 14%를 넘었다. 특히 콜로라도는 16% 이상으로 전국 선두권이었다.
반면 미시시피는 0.1%, 노스다코타는 0.4%, 알래스카는 0.6%에 그쳤다. 오클라호마도 다세대주택 충전 접근성은 1.1% 수준으로 낮은 편이었다. 등록 증가율은 높지만 아파트 거주자의 충전 여건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는 전기차 보급이 단순히 차량 가격이나 보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충전기를 어디에 설치할 수 있느냐, 세입자가 충전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느냐, 건축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전기차 확산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다.
◇ 캘리포니아는 건축 규제로 충전 확대
캘리포니아는 건축 규제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밀어붙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건축 기준인 캘그린은 다세대주택의 모든 지정 주차 공간을 전기차 충전 준비 상태로 만들도록 요구한다. 또 지정 주차 공간의 25%에는 레벨2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준비 상태는 충전기 설치에 필요한 배선과 전력 용량을 갖춰 언제든 충전기를 붙일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완전한 충전기 설치보다는 비용이 낮지만, 향후 충전 수요가 늘어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시애틀, 시카고, 애틀랜타, 오스틴 등 일부 도시도 자체 충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댈러스, 휴스턴, 피닉스, 내슈빌, 샬럿, 라스베이거스, 리노 등은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으로 거론됐다.
다만 충전 의무화에는 부작용도 있다. 건설 비용을 높여 저소득층 주택이나 보급형 임대주택 공급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밀도 도시에서는 주차 공간 자체를 줄이려는 정책과 충전기 설치 확대가 충돌할 수도 있다.
◇ 전기차 시장, 침체보다 재편
미국 전기차 시장을 단순한 침체로만 보기는 어렵다.
연방 보조금 종료 이후 판매가 줄고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 등록된 전기차는 670만대 이상으로, 2021년의 3배가 넘는다.
보급 기반은 이미 커졌다. 이제는 어느 주가 전기차를 더 싸고 편하게 굴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콜로라도처럼 정책과 인프라를 모두 갖춘 주는 전기차 성숙 시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오클라호마처럼 전기요금이 낮고 소비자 전환 의지가 강한 주는 새로운 성장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아파트 거주자의 접근성이 낮은 주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이제 보조금 하나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 연방정부 지원이 약해진 뒤 전기차 보급의 승부처는 주 정부 정책, 지역 전기요금, 주거 형태, 충전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여전히 미국 전기차의 최대 시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 오클라호마라는 점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다음 단계가 훨씬 더 지역별로 복잡하게 전개될 것임을 보여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