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인물] MSTR 마이크로 세일러 "비트코인 전도사"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인물] MSTR 마이크로 세일러 "비트코인 전도사"

마이클 세일러 MSTR 창업주 겸 CEO / 사진=MSTR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클 세일러 MSTR 창업주 겸 CEO / 사진=MSTR
오늘날 전 세계를 통털어 가장 극단적인 베팅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의 공동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마이크로 세일러(Michael Saylor)일 것이다. 회사 자산의 거의 전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고, 심지어 대규모 채권 발행을 통한 부채 조달로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는 그의 행보는 시장에서 끊임없는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마이크로 세일러는 1965년 2월 4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공군 상사(Chief Master Sergeant)의 아들로 태어났다. 군인 가정 특유의 엄격한 규율과 잦은 이주 환경은 그의 유년 시절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전 세계 각지의 공군 기지를 돌며 성장하였고, 최종적으로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위치한 라이트-패터슨 공군 기지(Wright-Patterson Air Force Base) 주변에 정착하였다.1983년, 세일러는 공군 학군단(ROTC) 장학생으로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 입학한다. MIT에서 그가 선택한 전공은 항공우주학(Aeronautics and Astronautics)과 과학·기술·사회학(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이었다.

그는 MIT에서 복잡한 시스템의 동역학, 유체역학, 그리고 에너지 보존 법칙 등을 심도 있게 학습하였다.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디지털 에너지', '열역학적 시스템', '엔트로피 감소'와 같은 용어들은 모두 이 시절 체화된 공학적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세상을 거대한 에너지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원래 세일러의 목표는 MIT를 졸업한 후 미국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직전 실시된 신체검사에서 심장 부근의 미세한 이상(잡음)과 시력 기준 미달 등으로 인해 비행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된다. 이는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맞이한 거대한 좌절이었다. 조종사의 길을 갈 수 없게 된 세일러는 군 복무 대신 민간 기업가로서 기술 패권을 쥐겠다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세일러는 벤처 컨설팅 기업인 오라클(Oracle) 등에서 잠시 근무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때 구축한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1989년 MIT 동문인 산주 반살(Sanju Bansal)과 함께 단돈 10만 달러의 자금으로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를 공동 창업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24세에 불과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성장 궤적]

1989년: 공동 창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및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1998년: 나스닥(NASDAQ) 상장 성공, 테크 버블의 총아로 부상

2000년: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주가 폭락 (닷컴 버블 붕괴의 직격탄)

2020년: 비트코인 표준(Bitcoin Standard) 도입, 기업 체질 전면 전환
2026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의 개척자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경영 의사결정을 돕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맥도날드, 듀폰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회사는 급성장하였고, 1998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세일러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으며, 워싱턴 DC 최고의 유망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2000년 3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회계 기준 변경 요구에 따라 과거 수익 보고서를 수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수익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단 하루 만에 주가가 62% 폭락하는 참사를 겪는다. 세일러 개인 자산 중 약 60억 달러가 단기간에 증발하였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단일 인물이 하루 만에 잃은 가장 큰 자산 규모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후 세일러는 SEC와의 합의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고 경영권을 유지했으나, 회사는 과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잃고 정체된 IT 기업으로 남게 되었다. 이 뼈아픈 실패의 경험은 그에게 '화폐적 가치'와 '자산의 영속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의심하고 집착하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마이크로 세일러의 기업가 인생에 세 번째 대전환점을 가져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전례 없는 규모로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하자, 세일러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당시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약 5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해 가만히 앉아서 자산이 녹아내리는(Melting) 현상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현금을 대체할 자산을 샅샅이 탐색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주식, 금, 채권 등을 분석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오직 하나, 비트코인(Bitcoin)이었다. 그가 비트코인에 올인한 논리는 매우 명확하고 정교하다.

세일러는 현재의 중앙은행 발행 법정화폐(Fiat Currency)를 '매년 10~15%씩 가치가 녹아내리는 얼음 덩어리'로 규정한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는 화폐는 결코 장기적인 부의 저장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절대적 희소성(2,100만 개 한정)'을 가진 완전한 형태의 자산으로 본다. 그는 비트코인을 암호화폐나 교환 매개체로 보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영원한 부동산' 혹은 '부패하지 않는 디지털 에너지 통(Battery)'으로 정의한다. 물리적 세계의 부동산은 유지비가 들고 세금이 부과되며 정부에 의해 몰수될 위험이 있지만, 비트코인은 수천억 달러의 부를 주머니 속 개인 키(Private Key) 하나에 담아 전 세계 어디로든 영구히 이동·보존할 수 있는 최적의 열역학적 시스템이라는 주장이다.

세일러의 진정한 파격성은 단순히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산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업의 신용을 이용해 제로 금리에 가까운 전환사채(Convertible Bonds)를 발행한 뒤,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는 '레버리지 전략'을 취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정교한 금융 공학적 계산에 기반한다. 달러 가치 하락(부채 가치 감소)⟶비트코인 가치 상승(자산 가치 증가)가 그의 공식이다. 즉, 가치가 떨어지는 달러로 빚을 지고, 가치가 상승하는 한정된 자산을 선점하는 변동성 차익 거래를 기업 스케일로 단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는 비트코인 상승률을 상회하는 폭발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세일러가 거둔 가장 큰 업적은 제도권 금융을 비트코인 시장으로 끌어들인 점이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정하고 현물 ETF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세일러의 논리와 설득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피델리티, 뱅가드 등 전통 자산운용사 인사들과도 깊은 유대 관계를 맺으며 비트코인의 제도권 안착을 주도하였다. 블록(Block, 구 스퀘어)의 창업자이자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는 세일러와 함께 비트코인 정신을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우군이다. 또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한때 테슬라 재무제표에 비트코인을 편입하도록 대외적인 토론을 이끈 인물 역시 세일러였다. 테크 업계의 천재 경영자들에게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가 아닌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임을 설득하는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세일러는 워싱턴 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에 오랜 기반을 두고 활동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 내 친(親)암호화폐 성향의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미국 연방정부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자산화' 법안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였다. 그는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보다 먼저 비트코인을 국가 예비 자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정학적 프레임'을 정치권에 성공적으로 주입하였다. 마이클 세일러는 단순한 자산 증식의 목적을 넘어, 인류의 화폐 시스템이 중앙집권적 은행 체제에서 탈중앙화된 디지털 프로토콜로 완전히 대전환할 것이라는 신념에 가득 차 있는 인물이다.

그의 행보는 닷컴 버블 시절 겪었던 파산 직전의 고통, MIT에서 배운 열역학적 시스템 공학, 그리고 달러 패권의 한계를 정확히 짚어낸 거시경제적 통찰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그의 호언장담대로 글로벌 기축 자산의 지위에 오른다면, 세일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선견지명이 있었던 위대한 금융 사상가이자 기업가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비트코인의 내재적 결함이나 강력한 규제 시나리오가 작동하여 시스템이 붕괴한다면, 그는 닷컴 버블에 이어 또다시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투기를 감행한 광신도로 남게 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