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달러 환율, 40년 만의 최저치 162엔 붕괴… '블랙먼데이' 공포 속 투기 '시한폭탄' 째깍

글로벌이코노믹

엔·달러 환율, 40년 만의 최저치 162엔 붕괴… '블랙먼데이' 공포 속 투기 '시한폭탄' 째깍

엔·달러 환율 162엔 돌파에 외환 당국 개입 경계감 최고조… 2024년 '블랙먼데이' 폭락 사태 재현 촉각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 누적에도 불구, 탄탄한 미 고용과 일본 내 구조적 엔저 요인으로 충격 제한 전망
정부의 확장 재정과 일본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가 오히려 환율 하락(엔저) 부추긴다는 지적 대두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


엔·달러 환율이 40년 만의 최저치인 162엔대 후반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현재의 극심한 쏠림 현상이 주가 대폭락을 동반했던 지난 2024년 여름의 이른바 '레이와 블랙먼데이' 직전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거시 경제 환경과 구조적 요인은 그때와 확연히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62엔 뚫리자 커지는 기시감 폭발 앞둔 투기 시한폭탄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엔화 매수 개입이 임박했다는 짙은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 4월 말 연휴 기간의 개입에 이어 7월 추가 개입이 단행될 경우, 2024년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 환율은 7월 3일 161.96엔으로 고점을 찍은 뒤 당국의 개입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고, 결국 8월 5일 '블랙먼데이' 사태를 맞으며 141엔대까지 폭락한 바 있다.

특히 투기 세력의 쏠림 현상이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처럼 쌓이고 있다는 점이 위기감을 키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투기적 동향을 보여주는 IMM 통화선물 비상업 부문의 엔화 매도 미결제약정(그로스 숏)은 약 26만 계약으로, 2024년 개입 직전의 22만 계약을 훌쩍 넘어섰다. 당국이 방아쇠(시장 개입)를 당길 경우 이 막대한 포지션이 강제로 청산되면서 환율이 거칠게 널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4년과는 다르다 미일 통화정책 엇갈린 궤적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에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2년 전과 같은 극단적인 달러 급락(엔화 급등) 사태가 연출될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차이는 양국의 엇갈린 통화정책 기조다.

2024년 여름에는 당국 개입 직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고, 미국의 고용 지표가 꺾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겹쳐 달러 매도세가 스파이럴(연쇄 반응) 형태로 폭발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딴판이다. 일본은행은 이미 지난 6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 이달 추가 인상 확률이 3%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5월 구인건수(JOLTS)가 급증하는 등 고용 시장이 탄탄해 오히려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정책의 뒷받침 없는 단순한 시장 개입은 '대증요법'에 불과해 약발이 빨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짙어지는 구조적 엔저의 늪 정부 정책이 역효과


일본 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적 엔저' 요인들도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적자'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자본 유출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등으로 빠져나가는 디지털 적자 규모는 2024년 7조 엔에 육박한 이후에도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소액투자비과세제도(신NISA)를 통해 해외 주식형 펀드를 사들이는 이른바 '일학개미'들의 누적 매수액은 올해 5월말 기준 9조 엔으로, 2년 전(6.6조 엔)보다 대폭 늘어나며 엔화 매도의 든든한 밑받침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일본 정부의 정책 엇박자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도하는 적극적인 확장 재정 기조와 일본은행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오히려 엔화 매도를 부추기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환율 스트래티지스트는 "정부가 확장 재정의 재원을 명확히 하고, 일본은행에 실질 마이너스 금리의 조기 해소를 촉구하는 등 태도를 명확히 바꾸지 않는 한 일본 발(發) 엔화 약세 압력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