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부족이 촉발한 달러 결제 수요… 인플레이션 재가열에 실질금리 상승 기대 유지
장기 국채마저 리스크 자산화… 비트코인은 유동성 민감 자산으로 재확인
장기 국채마저 리스크 자산화… 비트코인은 유동성 민감 자산으로 재확인
이미지 확대보기안전자산의 기준이 가격 방어에서 달러 유동성 확보로 이동했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리스크 회피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달러 유동성 쟁탈전 양상으로 전개된다.
배런스는 미국이 첫 공격을 개시한 지난해 2월 28일부터 올해 7월 3일(현지시각)까지의 주요 자산 추이를 분석해 3일 보도했다. 전쟁 직후 자금 대피소 역할을 수행하던 자산들은 고유가와 고물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와 초단기 국채만 홀로 가치를 증명했다.
금·비트코인 묶인 자산가들 발동동
이번 위기는 안전자산 선호보다 달러 결제 수요와 실질금리 상승 압력이 더 강하게 작동했다.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 인플레이션이 재가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질금리 상승 기대가 이어진 배경이다.
디지털 금으로 각광받던 비트코인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비트코인은 전쟁 이후 6.1% 내렸고, 연초 고점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주저앉았다. 비트코인은 위험 회피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에 레버리지된 위험자산 성격이 재확인됐다. 투자 자금은 가상자산 대신 가시적 수익을 내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대기업으로 이동했다.
장기채는 리스크 자산화, 유틸리티 이중고
안전지대로 통하던 장기 국채는 리스크 자산으로 전락했다.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이 결합하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9% 안팎까지 치솟았고 채권 가격은 떨어졌다. 고물가가 고정 이자의 실제 구매력을 갉아먹자, 투자자들이 장기물 매도를 선택했다.
장기금리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정책금리에 고정된다. 이러한 구조 격차 때문에 정책금리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초단기 채권은 현금 대체재로 부각했다. 미국 3개월 만기 국채는 연 5% 수준의 현금성 수익을 확실히 보장하며 장기물과 달리 가격 변동 위험 없는 유일한 피난처가 됐다.
대형 전력·가스 회사를 모은 유틸리티 상장지수펀드(ETF)도 전쟁 이후 5.4% 하락했다. 고금리와 고에너지 비용이라는 이중 압박이 지표를 끌어내렸다. 도매 연료비 급등폭을 소매 요금에 즉각 반영하지 못해 마진이 깨진 데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쌓인 기업 부채의 이자 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산 시장 불안기마다 부각되던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크게 약화했다.
결제 수요가 떠받친 달러화 독주
자산 시장이 얼어붙는 동안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쟁 이후 3.2% 상승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13개월 만에 최고치인 101.80을 기록하며 글로벌 자금을 흡수했다.
이 같은 달러화 독주는 원자재 시장의 구조 속성에서 비롯된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결제는 대다수 달러화로 이루어진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에너지 도매가격이 뛰자,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일상적인 에너지 수입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급하게 대규모 달러화를 확보해야 했다. 가격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구조상 결제 수요가 달러화 가치를 밀어 올렸다.
시장의 눈, 유가 추이와 연준에 쏠려
국제 금융투자업계는 앞으로 유가 추이와 연준의 대응 방식에 따라 자산 시장 경로가 세 갈래로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의 방어벽을 선제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기본 시나리오 흐름 아래서는 달러화 강세와 고금리 기조가 굳어진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달러 현금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머니마켓펀드(MMF)나 3개월짜리 미국 국채 같은 초단기 금리 상품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라고 제안한다.
지정학 위험이 완화되어 유가가 급격히 안정되는 낙관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자산 공식은 다시 바뀐다. 유동성 축소 압박이 풀리면서 금과 장기 국채, 유틸리티 주가의 동반 리바운드가 발생하므로 이들 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
반면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하며 물가가 추가 폭등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방어책이 요구된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산가들은 보유 자산의 현금화를 극대화하고 만기가 긴 채권 투자를 최소화하여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화폐 가치 하락과 고금리가 겹친 상황에서는 장기 자산에 돈을 묶어두는 행위가 가장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 시장에서는 수익률보다 달러 접근성이 곧 안전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