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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해임한 前 합참의장, '미군 정치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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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해임한 前 합참의장, '미군 정치화' 경고

찰스 Q. 브라운, 도시 병력 투입·장성 인사 개입 비판
“정치적 임무 맡기면 군 본연의 전투 임무 흐려져”
찰스 Q. 브라운 전 미 합참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찰스 Q. 브라운 전 미 합참의장.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해임된 찰스 Q. 브라운 전 미 합참의장이 미군의 정치화 위험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브라운 전 의장은 미국 도시의 치안 유지와 범죄 대응에 군을 투입하는 것은 미군의 비정파적 전통을 훼손하고 본연의 전투 임무에서 군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가 장교 진급 명단을 조정하고 고위 장성들을 조기 퇴진시키는 흐름에 대해서도 능력과 경력보다 정치적 기준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라운 전 의장은 전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낸 기고와 지난달 말 아스펜연구소 주최 토론에서 한 발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군 운용 방식을 가장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브라운 전 의장은 지난해 미국의 최고 군 지휘관인 합참의장 자리에서 해임됐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공군참모총장으로 지명됐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합참의장에 올랐다. 흑인 장성으로는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군 최고위직을 맡은 인물이다.

◇미국 도시 병력 투입에 정면 우려

브라운 전 의장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대목은 국내 도시에 대한 군병력 투입이다.

그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범죄 대응처럼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임무를 위해 군을 미국 도시로 보내면 군의 역할이 훨씬 복잡하고 위험해진다고 밝혔다. 자연재해나 명백한 국가 비상사태에서는 대중이 군의 지원을 받아들이지만 국내 치안과 정치 갈등 사안에 군을 투입하면 군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에 병력을 투입한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범죄와 무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법원 소송과 지방정부 반발이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에 주방위군을 배치하려던 시도를 중단했지만 워싱턴DC에서는 주방위군이 여전히 순찰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운 전 의장은 군사적 해법으로 민간기관의 기능 부전이나 정치적 교착을 대신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군에 너무 많은 역할을 요구하면 군이라는 제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지금 벌어지는 일, 능력 문제가 아니다”

브라운 전 의장은 군 인사 문제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최근 아스펜연구소가 주최한 민군관계 토론에서 국방부가 장교 진급 명단에서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고위 장성들에게 퇴진을 압박하는 흐름에 대해 “지금 벌어지는 일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제외되거나 밀려나는 장교들이 모두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인물들이라며 이런 인사 방식이 현역 군인들에게 공정한 승진 기회가 보장되는지 의문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토론에서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측근들이 장성 진급 명단을 바꾸고 일부 고위 지휘관을 조기 퇴진시키려 한다는 논란이 다뤄졌다. 미 육군 유럽사령부를 이끌던 크리스 도너휴 장군도 지휘부 격하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브라운 전 의장은 신중하고 절제된 화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기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헤그세스 장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도시 병력 투입과 장성 인사 개입을 함께 비판했다는 점에서 현 행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는 분명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밀리 전 의장과는 다른 방식의 비판

브라운 전 의장의 발언은 전임자인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의 노골적 비판과는 결이 다르다.

밀리 전 의장은 지난 2023년 퇴임 연설에서 미군은 헌법에 충성 서약을 하지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브라운 전 의장은 특정 정치인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모두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군의 국내 역할을 확대해온 전례가 있다고 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에도 군이 국내 대응에 투입됐다.

다만 그는 재난 대응과 범죄 단속은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국민적 합의가 있는 재난 구호와 달리 범죄 대응이나 정치적 갈등이 얽힌 국내 임무는 군의 비정파성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더 조심스럽지만 메시지는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군이 법 집행과 국내 정치 갈등의 해결 수단으로 사용되면 미국 민주주의의 오랜 민군관계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국방부는 “해임 장교의 위선적 비판” 반박

국방부는 브라운 전 의장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브라운 전 의장의 기고를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해임된 장교의 위선적인 퇴장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브라운 전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다양성 정책과 다른 의제를 충실히 수행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공군장관을 지낸 프랭크 켄들 전 장관은 브라운 전 의장을 옹호했다. 그는 브라운 전 의장이 비정파적 군 전문가의 모범이었고 군 조직에 대한 우려 때문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라운 전 의장의 이력도 논쟁의 한복판에 있다. 그는 흑인 장교이자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그를 공군참모총장으로 지명하며 “미군 역사상 첫 흑인 군종 참모총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애국자이자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브라운 전 의장은 전격 해임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2025년 2월 텍사스에서 국경 임무를 점검하던 브라운 전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임 사실을 통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결정을 발표했다.

◇군의 비정파성, 미국 민주주의의 시험대

브라운 전 의장의 경고는 미국 군 통수권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미국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다. 그러나 미국 정치 전통에서 군은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헌법과 국가에 충성하는 비정파적 조직으로 자리 잡아왔다. 국내 정치 갈등에 군을 동원하는 문제는 이 원칙을 시험하는 사안이다.

브라운 전 의장은 군이 공화국의 정치적 교착을 해결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간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군을 투입하면 당장의 질서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군과 민주주의 모두에 부담을 남긴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범죄 대응과 국경, 치안 문제에서 군의 역할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전직 최고 군 지휘관이 공개적으로 경고에 나서면서 미군의 국내 임무와 장성 인사, 다양성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