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유럽 안보 결속이 가른 승부… 온타리오 철강·일자리 연계 사업 중단 위기
'나토 장벽'에 막힌 수주전… "제조업 논리 넘어선 지정학 전략으로 재도전 나서야"
'나토 장벽'에 막힌 수주전… "제조업 논리 넘어선 지정학 전략으로 재도전 나서야"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차세대 잠수함(CPSP) 도입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최종 우선협상대상자(Preferred Supplier)로 공식 선정되었다. 한화오션은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났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안보 동맹 구조와 유럽 해군의 극지 작전 운용 경험이 최종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도입 비용과 장기 운영·유지비를 포함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53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번 초대형 사업의 향방은 한국 방산 수출 전략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캐나다 글로브앤메일 등 현지 언론은 6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캐나다 현지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화오션이 수주를 전제로 추진하던 온타리오주 철강 공급 협약과 대규모 고용 창출 계획이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캐나다 지역 사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군사·정치적 복합 판단… 나토 결속력과 극지 운용성에 무게
독일 TKMS는 유럽 내 주요 해군에 폭넓은 납품 실적을 보유한 대표 잠수함 제조업체다. 캐나다와 서유럽 국가 간의 기존 지상·해상 전투 체계와 상호 운용성, 군사 정보 공유의 편의성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캐나다 해군이 핵심 요구 조건으로 내세운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를 아우르는 장기 잠항 능력과 극지방 작전(Arctic capability) 능력에서 빙해 작전(ice-class) 운용 경험이 풍부한 유럽형 설계 구조가 좋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나토의 새로운 국방비 지출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목표를 오는 2035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나토 회원국인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과 공동 조달을 진행해 동맹 내 안보 기여도를 가시적으로 증명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나토 비회원국이라는 태생 한계가 상호 운용성 경쟁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독일 외교가와 TKMS 측은 이 점을 집중 제기하며 캐나다 정부의 안보 심리를 자극했다.
철강·일자리 연계 무산… 캐나다 지역 경제 타격 우려
한화오션은 캐나다 현지 산업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는 고도의 지역 밀착형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한화오션은 올해 1월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의 철강업체 알고마스틸과 3억 4500만 캐나다 달러(약 37000억 원) 규모의 구조용 철강 빔 밀 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APMA)까지 참여시켜 캐나다산 철강을 한국산 방산 장비 제조에 투입하는 대형 연계 사업을 구상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3월 미국 관세 장벽과 전기로 전환에 따른 경영 악화로 숙련공 1000여 명을 해고했던 알고마스틸과 현지 사회에 결정적인 회생 기회였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투자가 확정되면 해고 노동자 중 500명을 올해 말까지 재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화오션이 유력 후보에서 밀려나면서 이 모든 민간 경제 협력과 고용 복귀 계획은 사실상 중단 위기를 맞이했다. 매튜 슈메이커 수세인트마리 시장은 전체 지역 사회가 거둬들일 수 있었던 수조 원대의 파급 효과가 사라졌다며 연방정부의 결정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유럽 우선 건조' 공약의 한계와 실효성 논란
유력 공급자로 낙점된 독일 TKMS는 총 1600억 캐나다 달러(약 172조 원) 규모의 경제 효과와 6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이 수치는 잠수함의 전체 수명 주기인 30년에서 50년에 걸친 장기 추정치일 뿐, 구체적인 이행 기간을 제시하지 못해 실효성 논란이 인다.
독일 측 제안은 초기에 건조되는 잠수함 물량을 유럽 현지 공장에서 먼저 제작한 뒤 사업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캐나다 현지 조선소로 기술을 이전해 건조를 진행하는 구조다. 심각한 고용 침체를 겪고 있는 온타리오주 등 캐나다 내수 제조업 경제에 단기 부양 효과를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 이전의 속도와 현지 생산화 과정에서 발생할 돌발 변수도 많다. 다만 장기 유지보수와 군사 기술 축적 면에서는 유럽 공동생산 모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알고마스틸을 비롯 캐나다 철강업계는 향후 독일에 의한 현지 철강 조달 규모와 배제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라 데보니 알고마스틸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캐나다 연방정부가 향후 방산 조달 절차에서 국산 철강 사용을 강제하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종 계약까지 남은 변수와 4대 관전 지표
유력 공급자 지정을 거쳤다고 해서 최종 계약 체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와 독일 TKMS는 이제부터 세부 계약 조건, 금융 조달 방식, 현지 산업 이행 실적(Industrial Participation) 방안을 두고 본격 실무 협상에 돌입한다.
마크 카니 총리는 독일 측과 협상이 무산되거나 기대 조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예비 후보인 한화오션을 우선공급대상자로 지정해 재협상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었다.
글로벌 방산시장이 거대한 지정학 블록화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방산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지표를 정밀 점검해야 한다.
첫째, 캐나다 정부와 독일 TKMS 간의 최종 계약 공식 서명 시점과 세부 조건 조율의 속도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나토 회원국 간의 폐쇄 조달 경향이 얼마나 고착화되는지 여부다.
셋째, 한국 방산 무기 체계가 나토의 핵심 표준 시스템과 상호 운용성을 완벽히 확보하고 기술 안보 신뢰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마지막으로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발주국의 자국 산업화 요구 기준 변화에 맞춘 고도화된 합작 투자 모델의 개발 여부다. 단순 제조 경쟁을 넘어선 지정학·산업 정책의 결합이 K-방산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비록 이번 수주전에서는 안보 동맹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방산의 영토를 넓히기 위한 도전과 체질 개선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