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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커지는 ‘삶의 통제권 상실’…빅테크 역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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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커지는 ‘삶의 통제권 상실’…빅테크 역풍 확산

FT “대기업이 소비자 선택까지 설계한다는 불만 커져”
데이터센터 반대 초당적 확산…‘노력하면 성공’ 믿음도 31%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프레더릭스버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반대 전국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프레더릭스버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반대 전국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잃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그 원인으로 거대 기업을 지목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라나 포루하 칼럼니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발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저항,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서로 연결돼 있다며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분석했다.

포루하는 최근 메타와 틱톡을 둘러싼 대규모 법적 합의를 이런 변화의 사례로 들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청소년에게 미친 소셜미디어의 피해를 둘러싼 미국 주 정부들과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 180억달러(약 24조8490억원)를 지급하고 미성년자의 이용시간과 야간 접속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틱톡과 바이트댄스도 아동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는 미 법무부의 주장을 해결하기 위해 4억달러(약 5522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FT는 이런 움직임을 단순한 아동 보호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거대 기술기업의 알고리즘과 사업모델이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깊숙이 좌우하는지를 인식하기 시작한 흐름으로 해석했다.

◇“선택하지만 선택지는 기업이 만든다”

포루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무엇을 보고 구매하며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가 겉으로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설계한 환경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하이파대에서 미국 자본주의 역사를 연구하는 엘리 쿡 교수는 이런 현상을 ‘선택 설계’라는 개념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선택 설계는 소비자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기업이나 플랫폼이 선택 가능한 항목과 배열, 추천 방식 등을 미리 설계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쿡은 슈퍼마켓의 상품 배치에서 별점 평가, 연금상품 메뉴, 온라인 플랫폼의 ‘좋아요’와 추천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 환경을 설계하는 방식이 지난 한 세기 동안 확대됐다고 분석해왔다.

FT는 디지털 플랫폼과 AI가 확산하면서 이 같은 선택 설계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AI는 이용자가 보게 될 정보와 콘텐츠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면서 개인이 자신의 선택을 실제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을 키우고 있다고 포루하는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반발도 ‘통제권’ 문제로 확산

미국 전역에서 거세지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고 지역 주민의 전기요금과 생활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을 가리지 않고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포루하는 이러한 반발의 밑바탕에는 환경이나 비용 문제뿐 아니라 거대 기술기업과 정부가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불만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권력에 대한 이런 불신은 경제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경제가 부유층과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게 짜여 있다고 답한 유권자가 67%에 달했다. 반대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과 의지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억만장자가 중산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72%, 대기업과 최고경영자(CEO)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FT는 이런 정서가 미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처럼 억만장자와 경제적 기득권층을 비판하고 경제 시스템이 평범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여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포루하는 미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반기업 정서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시장경제에서 선택의 자유는 핵심 가치지만 선택 가능한 범위 자체를 거대 기업이 결정하고 경제적·정치적 영향력까지 집중된다면 사람들이 체감하는 자유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결국 자신의 돈과 개인정보, 지역사회와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미국인의 요구가 커질 경우 빅테크 규제를 넘어 미국 정치와 기업 권력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