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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군, 지중해서 10년 만의 공백…보급 거점 잃고 군함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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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군, 지중해서 10년 만의 공백…보급 거점 잃고 군함 자취 감춰

나토, 9월 초까지 두 달간 러시아 군함 부재 확인…작전 한계 노출
시리아 타르투스 항 계약 종료…원양 지원 능력 저하
그림자 함대 호위와 튀르키예 해협 통제…배치 여력 분산 원인
지중해 전력 공백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해당 해역에서 마지막으로 작전을 수행하다가 빠져나간 러시아 해군 군함 ‘아드미랄 카사토노프. 사진=러시아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지중해 전력 공백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해당 해역에서 마지막으로 작전을 수행하다가 빠져나간 러시아 해군 군함 ‘아드미랄 카사토노프. 사진=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해군 군함이 9월 초까지 약 두 달 동안 지중해 작전 해역에서 자취를 감추며 10년 만에 전력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 함정이 식별되지 않은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방위산업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10월 21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기간 지중해에서 회색 선체의 러시아 정규 군함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리아 보급 거점 상실과 지원함 부족


나토는 전략 요충지인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의 주둔 규모가 급감한 정황을 추적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나토 관계자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 해군 함정이 지중해에서 관측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력 공백의 일차 원인은 거점 상실로 지목된다. 시리아에 들어선 새 정부는 2025년 전략 항구인 타르투스 항에 대해 러시아 해군이 맺고 있던 기존 장기 임대 계약을 종료했다. 브레이킹 디펜스가 인용한 AP통신에 따르면, 2026년 8월 양국이 새로 맺은 협정은 타르투스 항과 흐메이멤 공군기지를 공동 훈련 센터로 활용하도록 규정해 이전과 같은 단독 해군 보급 기지 기능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거리 작전을 뒷받침할 지원함 부족도 겹쳤다. 나토 관계자는 러시아 해군이 영국 해협에 배치한 호위함 급유를 위해 부품 수송용 아무르급 공작함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용 보급함 부족으로 공해상에서 함정끼리 직접 연료를 주고받는 위험한 작업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상선 호위 전력 분산과 튀르키예 해협 통제


발트해와 북해, 지중해를 오가는 상선 호위 임무 역시 전투함 배치를 분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랭커스터대학교 국제안보학 바질 저몬드 교수는 러시아 수상함 전력이 서방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를 보호하는 데 우선 투입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로 인해 지중해 상시 배치 전력으로 돌릴 가용 함정이 줄어드는 흐름이다.

튀르키예가 몽트뢰 협약에 따라 보스포루스와 다르다넬스 해협의 교전국 군함 통과를 제한한 조치도 기동을 차단했다.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튀르키예 해협 통행이 막히면서 러시아가 흑해 함대를 이용해 지중해 함정을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어려워졌다. 북방함대와 발트함대가 유럽 외곽을 우회해야 하므로 항해 시간과 물류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유럽정책분석센터 페데리코 보르사리 연구원은 러시아 해군의 작전 역량 저하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손실을 입은 흑해 함대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함대들은 상대적으로 전쟁 영향을 덜 받았다는 평가다.

지중해 해상 안보 구도와 장기적 전력 한계


나토 관계자들은 이번에 나타난 두 달간의 공백이 러시아 해군의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낸 단면이라고 전했다. 보급 거점 부재와 지원함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전과 같은 대규모 상시 전력 배치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질 저몬드 교수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함정을 배치할 전략적 필요성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 현실적인 작전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군수 지원망 차질과 임무 분산이라는 조건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중해 내 전력 공백 상태가 주기적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튀르키예의 해협 통과 규제 지속 여부와 러시아 해군의 원양 보급망 복원 여부가 향후 지중해 해상 안보 구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황 변화와 시리아 내 군사 기지 활용 범위의 제한 수준에 따라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전력 운용 방식이 근본적인 재편을 맞이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