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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법 개정안 통과…현대차그룹, 승계작업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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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법 개정안 통과…현대차그룹, 승계작업 속도 내나

일감몰아주기 과세규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무력화
내부거래 비중 높은 현대모비스, 최대 수혜자 지목돼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8인 찬성 214인 반대 27인 기권 27인으로 가결됐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8인 찬성 214인 반대 27인 기권 27인으로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안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기업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관련 법안이 통과된 만큼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지배구조 재편 및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23일 상증세법 개정안을 본회의를 거쳐 통과시켰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상증세법 개정안은 가업승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 중인 기업인들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증여세 과세특례 지원 확대, 가업상속공제 요건 등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 중 눈여겨볼 대목은 '사업 부문별로 회계를 구분해 기록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 사업부문별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및 세후 영업이익 등을 계산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다. 해당 조항으로 인해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조항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부 거래 비중(30% 초과), 총수 일가 지분 비율(3% 이상) 등을 따져 과세액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한 회사라도 사업부별로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세가 가능하게 돼 일감몰아주기 과세 규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까지 '수출 목적'의 경우 국내 계열사 간 거래인 경우에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시행령에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 계열사 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수출 목적인 경우 과세가 어려워진다. 이번 상증세법 개정안이 '재벌 특혜 법안'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이번 상증세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상당수 대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승계를 앞두거나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대기업일수록 발 빠르게 관련 경영계획을 세울 것으로 관측했다.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은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총수일가의 과징금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대표적으로 주력회사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가 지목된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자동차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 및 모듈을 생산·공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거래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현대모비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무려 63.9%에 달한다. 이로 인해 지난 2020년 정몽구 명예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전체 과세액인 1542억원 중 60%가 넘는 947억원을 홀로 부담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게 되면 사업 부문별로 과세가 이뤄지게 돼 내부 거래비중이 높은 모듈·부품 사업부문 만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비중이 가장 높은 AS부문은 제외되는 셈이다. 지난해 AS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9681억원으로 모듈·부품 사업부문(780억원) 영업이익의 25배가 넘었다.

여기에 기재부가 추진 중인 수출 제품인 경우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시행령이 추가되면 정몽구 명예회장이 부담해야 할 일감몰아주기 과세액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모듈·부품 제품들이 대부분 최종적으로 수출용 부품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난 2019년 1월 신년사 발표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난 2019년 1월 신년사 발표 모습.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번 상증세법 개정안 시행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배당성향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서다.

정의선 회장은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 2.62% △기아 1.74% △현대모비스 0.32% △현대글로비스 19.99% △현대위아 1.95% △이노션 2.0% △현대오토에버 7.33% 등의 상장사 지분과 △현대엔지니어링 11.72% △서림개발 100% △보스턴다이내믹스 20% 등의 비상장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중 그룹 승계에 가장 중요한 곳은 현대모비스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17%를 대부분 승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증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대모비스와 정몽구 명예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배당성향 확대부터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 확대도 가능한 만큼 이번 개정안 통과 후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