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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칩 독점 '흔들'…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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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칩 독점 '흔들'…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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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칩 독점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인공지능(AI) 시장이 질적·양적으로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업계의 ‘탈(脫)엔비디아’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정 유망 산업이 특정 기업에 종속될수록 기술 및 시장의 발전 속도가 둔화하기 쉬운데다, 관련 기업들의 비용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장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들이 앞장서서 ‘탈엔비디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엔비디아의 독점이 흔들릴수록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가 시장의 새로운 혁신으로 떠오르면서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불과 1년 사이에 주가가 3배 넘게 폭등하고, 시가총액도 올 들어 2조 달러까지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엔비디아의 독점에 대한 우려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강해질수록 그 품을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과 메타 등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엔비디아에 종속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이 비용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 ‘H100’의 가격은 개당 약 3만~5만 달러(약 4000만~66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그마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주문하고도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칩들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은 구글이 AI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경우 개당 2000~3000달러(약 270만~400만원)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엔비디아 AI 칩을 자체 칩으로 대체하면 비용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이 해소될수록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참여 기회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AI 칩 시장이 다변화될수록 필수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더욱 확대되고, 이는 현재 HBM 공급의 약 90%를 차지하는 두 회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및 패키징(반도체 후공정 및 통합 공정) 부문 역시 호재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첨단 AI 칩을 제조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뿐이다.

그중 TSMC는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기존 대형 고객들만으로도 최신 공정 주문이 거의 꽉 찬 상태라 새로운 AI 칩 제조를 맡을 여력이 없고, 인텔의 제조 능력은 아직 검증이 안 된 상황이다. 결국 당장 자체 AI 칩을 대량으로 제조하려면 삼성 파운드리 외에 대안이 없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 10월에는 캐나다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로부터 최신 AI 반도체 수탁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자체 AI 칩 개발과 조달에 무려 7조 달러(약 9300조원) 투자 유치 계획을 밝힌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연초부터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등과 접촉한 것도 각자의 AI 칩 제조를 위한 사전 답사로 풀이된다.

또 파운드리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공정 역시 AI 반도체 제조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미국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SK하이닉스도 장기적으로 AI 반도체 다변화와 그로 인한 제조 수요 증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