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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력유출에 국내 구인난...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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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력유출에 국내 구인난...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중고

TSMC·인텔 등 좋은 처우에 이직하는 사례 빈번
국내 반도체학과 등록율 낮아 신규인력 유치도 쉽지않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사진=삼성전자
업황회복이 본격화 되고 있는 반도체 업계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인력들의 해외 유출에 이어 신규 인재 유치에서도 애를 먹으면서 인력난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회복되는 업황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에 대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가 늘고 신규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필요 인력이 늘고 있지만 인력확보 측면에서 기대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가장 쉽게 인력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타 업체의 인력을 스카웃하는 방법이다. 특히 반도체업계는 이직이 잦은 분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뺏기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이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해 온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인력 스카웃은 커녕 관련 인력을 해외 경쟁업체에 빼앗기고 있는 판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전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은 전년보다 3건 증가한 23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 이상인 15건이 반도체 분야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사안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해외기업들의 처우가 더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부진에 시달리면서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이 대폭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해 성과급 지급률을 연봉의 0%로 책정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반면 국내기업과 달리 대만의 TSMC를 비롯해 미국의 인텔 등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인재 유치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딱히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퇴직시 2년간 동종업계 취업을 금지하는 서약서를 작성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감안해 오히려 국내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덧붙였다.

경력직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규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국내 유수 대학과 연결해 반도체학과를 신설하고 취업을 보장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달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4학년도 이공계 상위권 학과 정시 미등록률 현황에 따르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최초합격자 25명 중 92%가 학과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 미등록률은 올해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인재확보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