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주 6일 근무 확대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2월 SK그룹이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킨 것에 이어 삼성도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출근하라는 근무 지침을 임원들에게 내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비상 경영 체제의 일환으로 주 6일 근무를 확대했다. 삼성은 지난 17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 6일 근무 방침을 전달했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도 조만간 주 6일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장급을 포함한 일반 직원들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직원들은 내용 자체를 몰랐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지난 2월 주요 계열사 CEO들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켰다. 2000년 주 5일 근무제도가 시행되며 토요 사장단 회의가 사라진 지 24년 만이다. 또 SK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임원들은 매월 두 차례 유연 근무제도 반납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고삐를 쥐고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회사 실적이 연간 흑자로 전환될 때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재계가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해 업황 악화로 경영 실적이 좋은 않은 상황에서 전쟁 등 대외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14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도 7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석유화학 등 다른 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이란 갈등 심화로 인해 고환율·고유가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