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中체리차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
중국 정부 압박에 끊겼던 한·중 협력 다시 시동
닛산, 토요타 등 일본 업체에도 배터리 공급
중국 정부 압박에 끊겼던 한·중 협력 다시 시동
닛산, 토요타 등 일본 업체에도 배터리 공급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셀 제조업체들은 중국·일본 자동차 업체와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체리차와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중국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6년 초부터 공급을 시작하고 유럽 시장을 겨냥한 체리차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체리차는 스페인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우리나라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삼성SDI는 중국 장화이기차(JAC)에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베이징차그룹 등 주요 중국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한국 업체를 제외하면서 시장 내 입지는 위태로워졌다.
당시 상황을 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당연히 외국산 배터리가 더 좋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자국 배터리를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며 "어떻게든 공급을 했더라도 점점 물량이 줄거나, 아예 물량 자체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수요를 원하는 K-배터리와 해외 확장을 노리는 중국 완성차 업체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초기 전기차 시장은 규모가 작아 대부분 일대일이었다. 완성차 업체 하나에, 배터리 업체 하나였다"며 "하지만 시장이 커지며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전기차를 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
일본 업체와의 협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 닛산과 2028년부터 2033년까지 6년간 총 99.4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해당 배터리는 닛산의 북미시장용 차세대 전기차 4종에 탑재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 미국 현지에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다. 최근에는 토요타통상과 미국 내 리사이클 합작 공장도 세우기로 했다.
K-배터리는 중국, 일본 경쟁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1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BTC'를 열었다. BTC는 세계 최고 수준의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만의 글로벌 채용 행사다. 삼성SDI 역시 7월 T&C 포럼을 미국에서 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넘버원 전기차 시장이다. 그런 만큼 (중국) 업체 또는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현재 전기차 시장이 중저가보다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파이가 더 큰 만큼, 우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 뒤 중국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