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6만8000여 대가 신차 등록된 8000만원 이상 법인 차량은 2024년 들어 4만8000여 대로 28.8% 감소했다. 2025년 들어서도 이 같은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등록된 고가 법인 차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었으며, 전체 법인차 중 고가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13.1%에서 2024년 11.5%, 올해는 11.3%로 낮아졌다.
대신 법인차 수요는 점차 중저가 차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4000만원에서 6000만원대의 실용 모델들이 법인차로 신규 등록되는 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한 고가 법인차 시장은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종별로도 이 같은 변화는 감지된다. 제네시스 G90과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여전히 고가 법인차 등록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등록 대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벤츠 S클래스는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등록 대수가 1187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2.9%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브랜드 차량에 대한 ‘보여지는 소비’가 정책 도입 이후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소비 전환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책의 효과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동시에 8000만원이라는 기준선이 특정 계층이나 차량을 사실상 ‘낙인’ 찍는 기능을 하며 정당한 소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는 “정책 시행 이후 단순히 수치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취득가 기준이 아닌 모든 법인 차량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실효성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고가 차량의 감소가 단순히 법인차 시장에 그치지 않고 고급 소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급차는 차량 판매 외에도 애프터마켓, 부품 산업, 프리미엄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파급 효과를 주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이 시장이 위축되면 국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 물량, 딜러망, 서비스센터 수익 구조 등에도 연쇄적 여파가 불가피하다.
결국, 애초 정책 설계자들의 취지와는 다르게 정책이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현실적인 소비 행태와 경제 파급력을 고려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