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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한국 프로야구와 선수들의 교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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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한국 프로야구와 선수들의 교훈(2)

임실근 장안대 FC경영과 겸임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장안대 FC경영과 겸임교수
야구는 두뇌 플레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서 치고, 던지고, 달리면서 수비와 공격으로 겨루지만 운을 무시할 수 없다. 투수들이 시속 150㎞에 가까운 속도의 공을 컨트롤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그 속도로 날아오는 지름 7㎝ 정도의 야구공을 타자들이 정확하게 맞춰 때리는 일은 그 방향과 떨어지는 지점을 제 맘대로 조절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맞은 타구라도 파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거나 야수 정면을 향하는 장면에서 운을 예기한다면 어쩔 수 없다. 특히 감독들은 포스트시즌이나 큰 경기에서 ‘우주의 기운’을 원하거나 미신을 믿는 것 역시 실력만큼이나 ‘운’의 역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넥센보다 두산의 집중력이 더 높았다. 특히 두산 4번 타자 김현수의 플레이가 빛났다. 그는 허슬플레이로 결승점을 만들고 5회 말 1사 주자만루로 3루 주자에서 바로 태그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포수와 충돌로 포수가 공을 놓치고 그는 쓰러지면서도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왼쪽 무릎과 발목에 타박상을 입고 7회 초에 교체되었다.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 경기 초반 두산은 경기가 풀리지 않았고 병살타가 계속되면서 승리의 신은 다가오지 않았다. 반면 넥센은 경기 초반 경기가 잘 풀려 나갔다. 5회 박병호의 홈런은 승리의 신호탄으로 보이면서 술술 풀렸다. 그러나 운이 있다면 곧 불운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두산은 7회 2점, 8회 1점을 따라붙은 뒤 9회 경기를 역전시키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6 대 9까지 따라붙은 1사 만루, 4번 김현수의 타구는 1·2간을 깨끗하게 뚫는 사실상의 결정타였다. 시리즈 MVP에 오른 두산 마무리 투수인 이현승은 “김현수의 적시타가 나오는 순간 됐다 싶어 몸을 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사상 최대 점수차 역전승(7점)을 일궈낸 두산의 힘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 특유의 ‘뚝심’ 덕분이었던 것이다. 패장이 된 염경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승부 시기를 놓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승부를 건다는 것은 어느 정도 하늘의 운명에 맡겨 바랄 수밖에 없는 야구의 한계는 명백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경문 NC감독의 NC 다이노스가 김태형 감독의 두산 베어스에 0 대 7로 완패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 다이노스가 두산을 상대로 2 대 1로 꺾고 시리즈 전적 1승1패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16 대 2로 패했고 4차전은 0 대 7로 연이어 내주었다. 마산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도 김현수의 결승 2타점 2루타를 앞세워 두산이 6 대 4로 역전승하여 한국시리즈 티켓을 손에 쥐었다. 두산은 삼성과 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된 것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NC는 비록 탈락했지만 창단 3년 만에 정상을 노릴 정도로 많은 성장을 보이면서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1차전과 2차전 대구구장 경기는 두산과 삼성이 정답게 8 대 9와 6 대 1로 장군과 멍군이 되었다. 서울 잠실구장의 3차전에서 두산 장원준의 호투로 삼성에 5 대 1로 역전승했다. 4차전에서는 두산 노경은의 안정된 피칭으로 삼성에 4 대 3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정수빈과 양의지는 손가락을 6바늘이나 꿰매고도 5할을 때리는가 하면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는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서울 잠실 5차전에서 삼성은 선발로 장원삼을 내세우고 두산은 유희관으로 맞섰으나 결과는 13 대 2로 두산이 승리했다. 두산은 삼성에 4승 1패를 거둬 2015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우승팀이 되었다. 두산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삼성을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로야구는 이제 국민들의 마음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 총수들에게도 진한 감동과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기업 문화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삼성과 롯데, 두산과 넥션 오너들이 직접 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팀워크로 하지만 구단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두산 박용만 회장은 “팀 컬러가 변하지 않고 두산만의 야구를 한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 선발과 영입에 대해서는 “내 개인적인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프런트에서 잘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내가 구단에 개입하면 안 된다. 구단 사장이 결정을 내리면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최고경영자다운 말씀이다.
임실근 장안대 FC경영과 겸임교수(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