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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뚫은 中…한국 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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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뚫은 中…한국 긴장해야

산업부 김정희 기자
산업부 김정희 기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진출이 현실이 됐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중국 CATL과 미 현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특이한 것은 포드가 35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CATL이 배터리 제조 기술과 인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를 피하고자 CATL이 직접 투자를 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기술을 제공해 배터리 생산에 도움을 주는 형식이다.

미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IRA는 북미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자재 혹은 부품을 미국이나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포드와 CATL이 쏘아 올린 우회 전략은 테슬라에도 번졌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텍사스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이 문제를 백악관 관계자들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포드의 사례와 같이 테슬라가 지분을 갖되 기술은 CATL에서 제공받는 식이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 궈시안은 미국 스타트업 아워넥스트에너지와 제휴 방식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단순히 한 귀로 듣고 넘겨서는 안 된다. 한국 배터리 업체는 긴장해야 한다. 중국 배터리는 자국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노력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 결과가 미국 시장 진출이다. 최근에는 제품 성능까지 확보했다. 가격 경쟁력이 주된 경쟁력이었던 중국 배터리에 무기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국내 배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함께 뭉쳐야 한다. 단순히 기업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달 '6대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국내 이차전지 생산 용량을 60GWh(기가와트시)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좋은 계획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판 IRA가 등장할 때가 됐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