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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 부족에 발목 잡힌 반도체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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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 부족에 발목 잡힌 반도체 백년대계

산업부 서종열 기자
산업부 서종열 기자
정부가 주도하고 삼성전자가 3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결정하면서 추진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만큼 대규모의 공업용수가 필요하지만, 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사업추진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에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패키지 및 테스트 외부기업, 반도체 관련 소재기업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사업추진 속도는 더뎌진 상황이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업용수 확보가 필수적인데, 규모가 크다 보니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하루 공업용수량이 65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0조원을 투자해 조성 중인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가 하루 26만5000톤의 공업용수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 것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규모다.

대규모 공업용수가 필요한 만큼 업계에서는 팔당댐에서 직접 용수를 끌어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팔당댐 자체 수량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공업용수 공급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충북과 강원 등 인근 지역의 저수지를 통해 공업용수를 확보하는 대안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이해해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삼성전자가 용인에 대규모 투자를 이행할지 의문이다. 마이크론과 인텔,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미국과 일본에 대규모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가면서 3년 뒤 대규모 물량 싸움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공업용수 부족으로 인해 당장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착공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해결책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역 문제들이 겹치면서 해결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격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을 지키려면 지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원만한 협조와 양보가 필요하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