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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슬금슬금 올리는 찻값, 기왕이면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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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슬금슬금 올리는 찻값, 기왕이면 솔직하게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물가상승률이라는 것이 있다. 화폐의 가치와 반비례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소득 그래프가 이 등선에 어울리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이 온다. 근데, 지금은 카플레이션 시대다.

얼마 전 밀가루값 안정화로 라면값도 내린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반도체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원자재값이 내리면 완성차 가격도 내려야 정상인데, 자동차 가격은 왜 자꾸 오르기만 하는 걸까?
티코(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에서 국내 최초로 내놨던 경차)가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300만원대에 새 차를 샀다. 당시 대학생은 꿈도 못 꾸던 자가용을 획득했고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를 들으며 친구들과 동해 바다를 누볐다. 지금은 경차도 1500만원은 줘야 산다. 그럼, 최저임금은? 20년 전 알바의 1시간 노동 대가는 1085원에 불과했다. 물가도 소득도 함께 올랐다는 말이다.

근데 요즘 찻값이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영리한 마케팅 때문이다. 이제 더는 ‘박리다매’ 전략을 쓰지 않는다. 신차는 항상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 첨단 기술을 도입한다. 해가 바뀔 때면 몇 가지 기능들을 더 집어넣고 가격을 올린다. 제조사는 “들어간 기능을 생각하면 싸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가치는 계속 증가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하나 빠졌다. ‘누가 원했나?’ 기자는 아무 기능이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300만원짜리 차가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살 것 같다. 차가 필요한 서민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핫한 전기차가 찻값을 올리는 좋은 빌미가 되고 있다. 환경을 위하는 척, 미래를 위하는 척. 근데, 바로 보자.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는 이유는 친환경이어서도 아니고, 돈이 적게 들어서도 아니다. 찻값은 두 배, 전기료도 언젠가는 휘발유를 넘어설 것이다. 총비용을 생각한다면 전기차는 싸지 않다. 탄소발자국을 따라가면 그렇게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포장지를 하나 덜 쓰는 게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 전기차는 '돈'이 선택했고, 거기에 이끌려가고 있을 뿐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얼마 전 상품성을 업그레이드한 연식변경 ID.4를 내놓으면서 보조금까지 100% 확보했다고 생색을 냈다. 찻값까지 올리는 편법이 숨어있다. 회사는 고객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찻값은 비싸졌고 보조금도 애먼 데로 돌아가게 됐다. 실익을 누가 챙기는지는 분명하다. 물가 상승은 어쩔 수 없고, 기업 생존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기능 몇 개 더 빼더라도 모두 좀 더 솔직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 OEM 통풍시트가 그렇게 중요한가?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