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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도는 천하에 물처럼 흘러 만물을 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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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도는 천하에 물처럼 흘러 만물을 위한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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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도는 위대하고 물도 위대하다. 도는 온 누리에 넘치게 흘러 하늘에서는 별을 빛나게 하고, 땅에서는 자연을 낳고 길러준다.

물은 어떤가?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물은 지구와 사람 몸의 70%나 된다. 그에 못 미치면 자연은 말라 죽고, 사람도 수분 부족으로 일찍 죽음에 이른다. 물이 흘러드는 곳은 황폐한 땅도 기름지게 되고, 죽어가는 생명이 살아나고, 온갖 생명이 모여들어 삶을 즐긴다. 그런데도 물은 생명을 낳고 길러줄 뿐 무엇을 소유하지도 않고, 지배하지도 않으며,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물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강하다. 아무리 강한 것도 잘라낸다. 거기다가 물은 아래로만 흘러 겸손을 대변하고, 더러운 곳도 마다하지 않아서 성인의 본보기가 된다. 그러므로 물은 천지 만물을 탄생시킨 위대한 도를 상징한다.

이에 노자는 성스럽다고 할 도의 작용을 물에 비유해 이렇게 표현했다. 위대한 도는 넘치고 넘치는 물처럼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가리지 않고 온 누리에 넘쳐흘러 만물이 믿고 의지하여 무수히 생겨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물을 낳고 길러주는 공을 이루고도 이름이 없고, 만물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만물이 의지해 있는데도 싫어하거나 주재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항상 욕심이 없으니 무엇이라 할까? 크다고 할까? 그 하는 일이 한량없지만 끝내 스스로 크고도 위대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루어 놓음을 광대하다 하는 것이다.
도와 물의 성질과 성분과 작용을 성인에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도와 물은 온 누리에 빠짐없이 흘러들어 만 생명을 낳고 길러줌에 더럽고 깨끗하고 귀하고 천하고 높고 낮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와 물은 치우침이 없이 평등하고 겸손한 성인이 처신할 바 최상의 교훈으로 삼는다.

거기다가 빈 곳은 채워주고, 굽은 것은 바르게 해주며, 무한히 덕을 베풂에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한 공을 이루었다고 해서 덕을 입은 것들 위에 군림해 주재하지도 않으므로 위대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따라서 도와 물의 성질과 성분과 작용이야말로 성인이 갖추어야 할 본모습이라 할 것이다. 이로써 도와 물은 성인의 스승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4대 성인은 도와 물과 같은 삶을 살았을까? 붓다와 예수 그리스도는 귀천을 가리지 않은 성인의 삶을 살았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함으로써 알면서 모른다고 하는 선비가 최상이라 한 노자와 같은 생각을 한 철학자이며 그가 가르치는 대중의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공자는 다르다. 여성과 남성을 차별했으며, 특히 신분을 엄격히 구분했다. 한 예로 신분이 최하인 천민이 임금의 수레를 청소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임금이 앉는 자리 앞에 다리를 올리고 걸레질을 했다. 이것을 본 공자는 크게 노했다. 당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던 법을 집행하는 오늘날의 법무부 장관쯤 되는 벼슬에 있던 공자는 그 천민의 다리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다. 천민이 감히 고귀한 임금의 수레 안에 발을 올렸다는 죄목이 형벌의 이유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임금 앞에서 괴상한 옷을 입고 춤을 춘 광대 여럿을 예가 없다고 모두 죽이기도 했다. 그것도 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을 가했다.

물론 그는 학문을 하는 학자로서 위대하고, 반드시 예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보이고, 항상 도리에 맞는 말과 행동이 일치했다는 점에서 성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귀천을 구분했다는 점에서 보편적 인류 사상에 반한다. 그리고 예법이란 잣대로 사람을 가차 없이 죽인 것은 성인이 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깨끗하고 더럽고 귀하고 천하고를 가리지 않고 죽은 목숨도 살리고 덕을 베푸는 도에 비교되는 물을 생각하면 공자의 행적은 성인이라 부르기 어렵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