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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바닷가의 장미, 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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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바닷가의 장미, 해당화

바닷가의 장미, 해당화 /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바닷가의 장미, 해당화 / 백승훈 시인
성큼 다가선 여름, 석모도를 다녀왔다. 내 기억 속의 석모도는 이름보다 먼저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다. 인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하는 이 섬은 강화도 서쪽 끝에 자리해 과거에는 배를 타야 닿을 수 있었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놓이면서 차를 타고도 갈 수 있는 ‘섬 속의 섬’이 되었다. 한국의 ‘3대 낙조’와 ‘3대 관음 성지’ 중 하나인 석모도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명소였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배로 5∼10분이면 닿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상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낭만의 섬 여행지였다. 내게도 배를 타고 가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즐거워하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남아있다.

관세음보살이 산다는 낙가산이라는 이름 덕분일까. 보문사가 있는 낙가산(해발 267m)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유난히 아름답고 평화로워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전남 진도의 세방낙조,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충남 안면도 꽃지 해변 낙조와 함께 전국 3대 낙조로 꼽힌다. 불교에서는 '나무 관세음보살' 또는 '관세음보살'이라고 정성스럽게 읊조리기만 해도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석모도의 하나뿐인 사찰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3대 관음 성지’로 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큰 자비심으로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어루만져 주는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하는 관음신앙이 널리 퍼져 있는데, 관음 성지란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하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는 곳을 지칭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려니 금세 숨이 차 온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만개한 저만치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불두화가 밀고 당겨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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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장미, 해당화 /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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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장미, 해당화 / 백승훈 시인

인천광역시 보문사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4년(635) 회정 대사가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낙가산에 창건한 사찰로 국내 유일의 천연 석굴사원, 석실(인천시 지방기념물 제27호)이 있다.

석실 앞에는 한국 전쟁 중 죽은 듯 보였으나 3년 후에 다시 살아났다는 수령 700년이 넘은 향나무(인천시 지방기념물 제17호)가 용틀임하듯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서 있다.

낙가산 중턱에 있는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극락보전 뒤 418개의 계단을 다리 아프게 올랐다. 절벽 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 위로 커다란 바위가 얹힌 모습이 마치 눈썹 같다고 하여 미암석불(眉巖石佛)이라 한다. 눈썹바위 아래 새긴 관세음보살은 석모도 앞바다를 굽어보며,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온화한 미소로 맞아준다.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고 바라보는 바다는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 있고, 멀리 작은 섬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눈에 담고 보문사를 떠나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차를 달렸다. 열어놓은 차창으로 아까시나무 흰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민머루 해수욕장에서 나를 반기는 건 썰물 진 갯벌과 백사장을 따라 무리 지어 피어난 해당화 군락이다.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으며 피어난 진분홍의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그리 예쁠 수가 없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피어나는 해당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작은키나무다. 식물학적으로 장미와 한 집안인 찔레꽃을 산이나 들에 피는 장미라 하면, 해당화는 바닷가의 장미라 할 만하다. 해당화의 꽃말은 ‘미인의 잠결’인데, 간밤에 마신 술 탓에 잠이 덜 깨었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해당화에 비유한 양귀비와 당 현종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바닷가를 따라 우리나라 어디서나 자라는 해당화지만 요즘은 해당화 구경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모래땅이 개발로 인해 꽃나무가 자랄 땅을 남겨두지 않은 탓이다. 또한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도 한몫했다. 꽃은 인간이 가장 기쁜 순간과 가장 슬플 때 찾는 아름답고 깊은 언어다. 눈앞의 욕심으로 해당화 곱게 피는 바닷가 풍경을 잃어버리는 우(愚)를 더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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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