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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설계·감리·시공 총체적 부실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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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설계·감리·시공 총체적 부실이 원인

구조설계 부실, GS건설 철근 추가 누락, 콘크리트 강도 부족
시공사 GS건설 “책임 통감…검단 아파트 단지 전체 재시공“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 1∼2층 지붕 구조물이 붕괴사고 현장. 사진=독자·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 1∼2층 지붕 구조물이 붕괴사고 현장. 사진=독자·뉴시스
도면상 전단보강근 적굥 기둥 우치(왼쪽). 사고구간 전단보강근 탐사 결과(오른쪽) 자료=국토건설교퉁부 이미지 확대보기
도면상 전단보강근 적굥 기둥 우치(왼쪽). 사고구간 전단보강근 탐사 결과(오른쪽) 자료=국토건설교퉁부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 붕괴는 설계뿐만 아니라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인한 사고로 확인됐다.

설계 과정서 구조물에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철근이 누락됐고, 시공사인 GS건설은 시공 과정에서 부실한 설계도에서 추가로 철근을 빠트렸다. 게다가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했고 품질관리도 미흡했다. 조경공사에서 설계값을 어겨 추가 하중이 가해지면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 결과와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29일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지하 1·2층 지붕 격인 상부 슬래브 상부 총 1289㎡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건설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진행했다.

국토부는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해 학계·전문가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5월9일부터 7월1일까지 약 2개월 간 사고 원인을 조사해 왔다.

건설사고조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하주차장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잘못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기둥 32개소에 구조물전단보강근(철근)이 필요하지만 15개 기둥에는 철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도면을 작성했다.

감리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설계 도면을 확인, 승인했다.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철근이 누락 됐을 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도 GS건설은 부실한 설계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고 추가로 철근을 빠트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조사위가 기둥 32곳 중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빠졌다.

콘크리트 품질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붕괴한 곳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 85%에 미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부위 콘크리트의 강도시험을 한 결과 설계 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 보다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코어 공사체는 콘크리트 강도의 85%를 웃돌아야 한다.

지하주차장 지붕 격인 상부 슬래브의 식재공사 과정에서 설계값 보다 더 많은 토사를 쌓은 것도 붕괴의 원인이 됐다. 실제 설계 값(높이 1.1m)보다 많은 흙을 적재(최대 2.1m)해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붕괴구간 인근 32개 기둥 중 11곳은 전단강도가 부족했고, 9곳은 휨강도가 부족한 것이 확인됐다. 이 중 7개는 전단 강도, 휨강도가 모두 부족했다.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근 누락”이라면서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고조사위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의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현장 콘크리트 양생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의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 점검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에 대한 처분은 8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확인점검·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지하주차장 외 아파트단지 전면 재시공 여부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올 수 없었던 것 아니냐”며 “아파트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단 신도사 아파트 붕괴 건설사고조사위 발표 직후 GS건설은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시공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검단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1666가구 규모인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시공을 결정한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동의 공사비 3700억원을 감안할 때 1조원은 과한 추산이라는 평가도 있다.

부실 공사에 따른 대단지 아파트 재시공은 지난해 1월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