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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통화정책 변화, 얼어붙은 국내 회사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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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통화정책 변화, 얼어붙은 국내 회사채 시장

‘연초 효과’ 사실상 종료, 공모채 기피...사모 시장 노크

3월 11일~15일 공사채는 총 1조9000억원이 발행(사진)됐다. 올해 2분기에는 매달 4조~5조원에 달하는 공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회사채는 수급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사모조달 기업이 늘어나는 등 국내 회사채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이미지 확대보기
3월 11일~15일 공사채는 총 1조9000억원이 발행(사진)됐다. 올해 2분기에는 매달 4조~5조원에 달하는 공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회사채는 수급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사모조달 기업이 늘어나는 등 국내 회사채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경기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도 선방했던 국내 회사채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관망세에 들어간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사모 조달에 집중하는 등 공모 시장을 회피하고 있다. 기업들 스스로가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인 기업(공시 기준)은 메리츠금융지주(18일 수요예측) 뿐이다.
통상 3월 중순 이후부터 말까지는 결산 등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4월부터 재개되지만 빅이벤트들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연초 효과가 조기 종료됐다는 평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다. 미국의 조기금리 인하 가능성이 후퇴하면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회사채 시장은 가격 부담에 직면한 상태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간 활발했던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여타국에 투자하는 거래) 자금 중 절반이 미국에 몰려있는 만큼 본국으로 돌아갈지 여부가 중요하다.

대외적 불확실성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 대규모 공사채 발행도 회사채 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 1월까지만해도 공사채는 순상환 기조를 보였다. 2월 들어 순발행으로 전환됐고 지난주(3월 11일~15)에만 1조9000억원 규모 공사채가 발행됐다.

오는 2분기부터는 공사채 만기 물량이 매달 4조~5조원에 달한다. 수급적으로 회사채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우려했던 부동산 PF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미매각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석유화학 기업인 여천NCC가 15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도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250억원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업들이 예년대비 높은 금리를 제시했지만 오버 금리 발행, 미매각 등이 발생했다”며 “PF 여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자본확충에 대한 이슈가 크게 작용하면서 재무상황에 채권투자자들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채권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이었고 발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면서 회사채 시장이 마치 호황인 것처럼 보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코오롱과 쌍용C&E는 각각 170억원, 3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코오롱그룹은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쌍용C&E는 PF 여파로 공모 시장에 발을 붙이기가 어려운 상태다.

메리츠증권과 CJ CGV는 이달 각각 1900억원, 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사모로 발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지스자산운용, 풀무원식품도 각각 사모로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자본확충 문제와 PF 우려도 있지만 업종을 불문하고 정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공모조달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과정을 거친다. 이는 기업 정보 공개와 투자자 반응을 통해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사모조달은 정보 공개 등 의무가 없으며 공모 대비 절차도 간편하다. 사모조달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금리 왜곡의 주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전반적으로 사모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며 “현재 사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단순 절차상의 간편함이 주된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모조달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서 사모시장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발행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 말해주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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