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14:08
미국 드라마 'S.W.A.T.'는 2017년 시작한 시리즈로 로스앤젤레스 경찰 특수기동대의 임무와 대원들의 삶을 그린 미국 범죄 액션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시즌3 제18화의 제목은 '낙인(Stigma)'이다. 화려한 총격전이나 범인 검거보다 경찰관들이 감추고 살아가는 정신적 상처를 다룬 에피소드다. 제18화의 주인공은 한때 SWAT팀을 이끌던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작전 중 비무장 흑인 청소년에게 총을 쏜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그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고 술에 의지한다. 잠결에 아내를 범인으로 착각해 다치게 하면서 부부관계마저 파탄 난다. 아내는 상담을 권하지만 그는 거부한다. 자신에게2026.09.15 15:11
현진건이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한 1921년, 우리 사회는 암울했다. 3·1운동이 좌절된 뒤 일제 치하의 지식인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뜻을 펼칠 길은 보이지 않고 현실을 바꿀 힘도 없었던 청년들은 대폿집에 모여 울분과 한탄을 주고받았다. 작가는 그 모습을 “사회가 술을 권한다”고 표현했다. 개인이 술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출구를 막아버린 사회가 술을 권했다는 것이다. 요즘 대학가와 번화가에는 카페만큼이나 타로와 사주를 보는 곳이 많다. 과거에는 점(占)집에 들어갈 때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지만, 이제 타로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2026.09.01 15:15
한국 사회는 불신이 깊다. 사람들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다를 것이라 의심하고, 언론이 사실보다 자기 진영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여긴다. 기업과 전문가는 자기 이익을 위해 말한다고 보고, 타인은 기회만 있으면 나를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종교 공동체도 예외는 아니다. 종교 지도자와 일반 신도, 보수와 진보는 상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먼저 그가 어느 편인지부터 확인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안타까운 역설이 있다. 불신이 강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신중하고 유연한 태도를 취할 것 같은데 사실은 단정적이고 강한 확신을 내세우는 지도자에게 끌리기 쉽다는 것이다. "내 말만이 진실이다", "우리 편만이 옳다", "의2026.08.18 14:38
최근 해군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 하나가 더해졌다. 해군 창설 이후 처음으로 여성이 대령급 함정의 함장에 임명된 것이다. 주인공은 해군사관학교 57기 배선영 대령이다. 그가 지휘하게 된 독도함은 1만4500t급 대형 수송함으로, 승조원 300여 명과 상륙군 700여 명을 태우고 상륙작전은 물론 기동부대의 기함과 재난구호 임무까지 수행하는 해군의 대표 함정이다. 참여에서 지휘로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것은 단순히 ‘최초의 여성 함장’이라는 타이틀만이 아니다. 배 대령은 해군사관학교가 처음 여생도를 선발한 1999년에 입교해 27년 동안 함정 근무와 작전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동안 군에서 여성의 진출은 주로 여군의 숫자가2026.08.04 13:52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순자산은 약 1470억 달러, 우리돈으로 21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30일 96세를 맞는 이 노거부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로 내세운 것은 뛰어난 두뇌도, 정교한 투자 기법도 아니었다. 뜻밖에도 그것은 '운(運)'이었다. 버핏은 "전 세계 인구 80억 명 가운데 내가 가장 운 좋은 열 사람 안에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0세기 최강대국 미국에서, 그것도 기득권을 쥔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것, 주식 중개인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투자에 눈을 뜬 것, 자신의 재능이 유난히 높은 보상을 받는 시대와 사회를 살아온 것, 건강하게 장수2026.07.21 16:54
최근 보도된 서울 제기동과 청량리 일대의 풍경은 우리가 노년의 심리를 얼마나 단순하게 이해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제기동역 주변에는 저렴한 식당과 이발소, 시장과 병원, 당구장과 콜라텍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인들은 무료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와서 밥을 먹고 장을 보고, 친구를 만나고 춤을 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손을 잡고 때로는 사랑을 시작한다. 한 노인은 “놀고 장 보고 집에 가는 거지”라고 말했다. 다른 노인은 “결국 다 사람 만나러 오는 거지”라고 했다. 이 짧은 말 속에 노년기 삶의 본질이 들어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먹고 치료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살아갈 수 없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주2026.07.07 13:43
최근 정치권에서 이른바 ‘폴더 인사’가 다시 화제가 되었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대통령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여당 대표인 정청래 의원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었다. 당청 갈등설이 불거진 뒤 나온 장면이어서 이를 두고 예의인지, 정치적 제스처인지, 권력 앞의 과잉 충성인지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 장면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2024년 1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커진 직후,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2026.06.16 14:17
요즘에는 인공지능(AI) 상담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럴 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정말 잘못한 건가요?" "불안해서 잠이 안 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과거라면 가까운 친구에게 속을 털어놓거나, 인생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혹은 큰 결심을 하고 전문 상담실을 찾아가 던졌을 이런 질문들을 이제는 AI에 묻는다. AI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다. 게다가 한결같이 친절하다. 인간처럼 사용자의 말을 중간에 끊는 법도 없고, 아무리 오래 대화를 나눠도 피곤해하지 않는다. 똑같은 질문을 대여섯 번 반복해도 짜증 섞인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찾아와도 불평 한마디 없다. 남들에게는 수치스2026.05.26 13:58
요즘 아파트 단지를 걷다 보면 예전과 많이 달라진 풍경을 보게 된다. 과거 아파트 단지에는 높고 두꺼운 콘크리트 담장이 많았다. 어떤 곳은 날카로운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단지 안과 밖이 분명히 나뉘어 있었고, 외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왠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나 새롭게 정비된 단지를 보면 이런 높은 담장이 많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나무와 화단, 잔디밭과 산책로가 대신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아파트 단지라기보다 작은 공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곳은 담장 없이 조경만으로 단지의 경계를 표시한다. 겉모습만 보면 우리 주거 문화도 이제 닫힌 모습에서 벗어나 열린 모습으2026.05.12 14:09
우리는 흔히 거짓말이 사람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거짓말 그 자체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 그때 인간은 비로소 붕괴되기 시작한다. 1944년에 개봉된 영화 'Gaslight'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보여주는 정교한 심리 보고서에 가깝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주인공 폴라는 남편과 함께 한집에 살면서 점점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히 물건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밤이 되면 가스등 불빛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남편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일은 없다.” 처음에는 의2026.04.28 13:46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졌으나 동시에 가장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얼굴이 있다. 바로 예수의 얼굴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마주하는 긴 머리와 온화한 눈매를 가진 서구적 남성의 이미지는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2000여 년 전 유대 지방에 살았던 예수는 인류학적 고증에 따르면 짙은 올리브색 피부와 짧고 검은 곱슬머리, 그리고 거친 노동으로 다져진 단구의 체격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성경을 포함한 그 어떤 당대의 기록도 그의 외모를 묘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시각적 공백은 오히려 무한한 투사의 공간을 창조한다. 기록의 부재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투사할 수 있는2026.03.31 15:08
'함께 있음'보다 '이해받음'이 먼저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이 1950년에 출간한 고전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개인의 성격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추적한 명저다. 리스먼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사회적 성격을 전통지향형, 내부지향형, 타인지향형으로 구분했다. 농경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는 관습이 절대적인 기준이었고, 산업화 초기에는 부모나 교육을 통해 내면화된 목표가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그러나 고도의 소비 사회이자 서비스 중심 사회로 진입한 현대는 타인지향형 인간을 주류로 만들어냈다. 타인지향형 인간은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분위기라는 레이더2026.03.17 13:52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교과서를 찢어야 할 때 1989년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주인공 존 키팅(John Keating) 선생이 던진 메시지는 거의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교육과 조직 문화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엄격한 전통과 규율에 묶여 상징적으로 ‘죽어 있는’ 학생들에게 그는 파격적인 주문을 던진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살아라. 너희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이 외침은 단순한 쾌락주의가 아니다. 타인이 정해 놓은 궤도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관자가 되라는 실존적 선언이다. 그리하여 극 중 ‘죽은 시인의 사회’는 단순한 시 낭송 모임을 넘어 자기 삶을 찾으려는 젊은 영혼들의 공동체로 승화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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