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생산 비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그간 억눌려 있던 기업 원가 부담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는 흐름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기업의 ‘관세 흡수 여력’ 한계 도달했나
미국 PPI의 이같은 급등은 단순한 물가 급등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기업 비용 구조에 구조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시켜준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기업이 일시적으로 관세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도소매 이익률이 뚜렷하게 오른 가운데 여전히 기업들이 관세를 흡수하고 있다는 주장은 상식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럽키 FWD본드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관세로 인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향후 소비자물가가 뒤따라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 물가 통제력 시험대…정치 개입 우려도 커져
문제는 이번 수치가 통화정책의 근간인 통계에 대한 신뢰성 논란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전격 경질하고 보수 성향 인사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이에 따라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 고용 등 핵심 지표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가능성이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PP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산정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만약 지표에 대한 정치적 개입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연준의 금리정책 자체에 대한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수치는 단순한 도매가격 급등을 넘어 관세 정책의 파급 경로와 미국 경제 통계의 신뢰 구조, 통화정책 운용의 독립성 문제까지 한꺼번에 제기한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