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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시 금융위기 촉발 우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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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시 금융위기 촉발 우려”(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웨스트 윙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웨스트 윙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과 미국의 무역 협상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맞먹는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집무실에서 진행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구두 합의를 통해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한국 관세를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포함한 조치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투자 방식 처리 문제에서 이견이 남아있어 합의가 문서화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통화스와프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인출해 모두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대규모 미국 이민 단속으로 수백 명의 한국인이 구금된 사안을 비롯해 북한과의 관계 및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현안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미국을 방문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안보리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현대차 이민 단속 사태 “트럼프 대응은 긍정적” 평가

이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한 현대차 미국 공장 이민 단속과 관련해 노동자들이 수갑에 채워진 채 공개된 것에 대해 “한국인들은 당연히 분노했다”면서 “이런 일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제안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적 결정이라기보다 과도한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미국 측은 사과했고, 합리적인 조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계획은 없으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무역 협상도 공식 의제로 다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발언에서 “한국은 일본이 미국과 맺은 합의안을 따라야 한다”면서 한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미는 혈맹…합리성 유지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무역 협상과 관련해 합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혈맹인 두 나라 사이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대규모 투자로 외환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관련해 한국이 미국과 외환 스와프 라인 체결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나 이를 통해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이 지난 7월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한국(410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엔화가 국제 통화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이미 미국과 일본이 스와프 라인을 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세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현재 핵심 과제이자 최대 장애물”이라면서 “실무 협상에서 나온 제안들이 상업적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어 간극을 좁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가운데 한국이 자국 방위에 대한 기여를 늘리는 데에 한·미 간의 이견이 없다”면서도 “미국은 안보 문제와 통상 협상을 분리해서 다루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까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불안정한 상황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북·중·러 안보 위협, 대화·공조로 풀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단순한 대응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대화와 공조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북한이 남한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서 당분간 남북 대화 전망이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간 구체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우리 정부도 관련 논의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한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편적 대응이 아니라 폭넓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정상회의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나란히 참석하며 북·중·러의 밀착을 과시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