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전망에 신흥국 채권 투자 열기 고조…연초 이후 15% 수익률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신흥국의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 달러 기준으로 이미 1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2017년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과 급격한 정책 변화가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자 투자자들이 투자자금 일부를 미국 이외의 해외로 이전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9개월 동안의 금리 동결 기조를 끝내고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자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신흥국 채권에 눈을 돌릴 유인이 한층 커졌다. 무엇보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 전망에 힘이 실리자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프리 군드라흐가 이끄는 더블라인캐피털과 JP모건자산운용 등은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을 선호하는 투자처로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남은 기간 신흥국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 고수익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를 대체할 만한 투자처가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네이선 투프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의 조치는 향후 미국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 전망을 계속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이는 신흥국 주식과 채권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달러 가치는 지난 1970년대 초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동시에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통화정책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금리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조합은 신흥국 국채를 더 돋보이게 만든 가운데 연중 15%에 달하는 상승률은 미국 고위험 회사채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또한, 같은 기간 블룸버그 미국 국채 지수 상승률(5.4%)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올해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헝가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국채가 최소 23%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흥국 채권 랠리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다만 이번 랠리가 워낙 강력하게 진행됐던 만큼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되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가 반등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초 튀르키예와 최근 아르헨티나의 급격한 금융 불안은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도록 만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빠르게 신흥국 시장을 강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주 정책회의에서 연 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신흥국 국채 랠리에 여전히 우호적이란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고수익 신흥국 국채의 ‘비중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JP모건자산운용의 레인 스틸리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신흥국 채권은 평균적으로 6~8%의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면서 JP모건 글로벌 채권 펀드가 여전히 신흥국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Bof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한 주 동안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는 약 3억 달러가 순유입되며 22주 연속 순유입 기록을 세웠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