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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대상 中 메모리 카드 꺼낸 애플… 삼성·SK하이닉스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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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 대상 中 메모리 카드 꺼낸 애플… 삼성·SK하이닉스 압박

상무부 통제 전 ‘규제 틈새’ 노린 전방위 로비… 법적 금지 아닌 안보 리스크가 핵심 뇌관
AI 붐이 부른 범용 메모리 품귀 대응… 디바이스용 DRAM·낸드 가격 협상력 재설계 전략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압박을 제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움직임은 미·중 기술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정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새로운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압박을 제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움직임은 미·중 기술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정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새로운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압박을 제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움직임은 미·중 기술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정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새로운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비록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 거래는 아니지만 안보 리스크가 극도로 높은 중국산 칩을 조달하겠다는 선언이어서,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장악한 디바이스용 DRAM 및 낸드플래시 전반의 단가 협상 주도권에 균열을 내는 대형 변수로 급부상했다.

다만 애플의 CXMT 카드는 실제 공급망 진입이 아니라, 글로벌 메모리 가격 결정 구조를 흔들기 위한 고도의 협상 전략에 가깝다.

법적 금지 비껴간 ‘1260H’ 명단… 안보 규제와 조달 전략의 아슬아슬한 밀당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중국 CXMT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7(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약 한 달 전 미국 상무부에 먼저 접근했으며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규제의 법적 구속력과 성격의 차이다. CXMT는 미국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에 올라 있지만, 아직 상무부의 제재 조치인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최종 등재되지는 않았다.

국방부의 1260H 명단은 미국 내 자본 투자 유입을 제한하고 기업에 심각한 평판 리스크를 주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상무부의 수출통제 명단은 미국의 핵심 첨단 기술과 부품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실질적 공급 규제라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국방부 명단은 미국 기업의 직접적인 제품 구매를 전면 차단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즉 애플의 이번 행보는 법적 금지 영역에 들어가기 전 규제 틈새를 공략해 초고가 메모리 단가를 낮추려는 고도의 전략적 로비다. 불법 거래가 아닌, 정치·안보적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마진을 지키겠다는 조달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AI가 애플을 압박하는 구조… 범용 메모리 품귀가 부른 가격 전쟁


애플이 평판 저하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산 칩 검토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공급사들은 생산 캐파(설비 용량)HBM에 집중해 왔다. HBM이 범용 메모리 대비 훨씬 높은 수익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급사의 이 같은 생산 전환은 구조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그 결과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전통 범용 디바이스용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AI 반도체 붐의 불똥이 애플의 주력 제품인 맥북과 아이패드의 제조원가 상승 압박으로 번진 셈이다.

애플은 부품 단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20% 인상했다. 이 조치가 촉발한 수요 둔화 우려와 시장의 성장성 의구심이 맞물리면서, 애플 시가총액은 가격 인하 발표 직후 하루 만에 2630억 달러(4039100억 원)가 증발하는 충격을 겪기도 했다.

애플이 여전히 견고한 초과 이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착화되는 메모리 단가 상승이 장기적인 마진 방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 이번 중국산 카드 유입의 도화선이 됐다.

진짜 목적은 조달 아닌 흔들기… 한국 기업 단가 협상력 약화 조준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공급망의 실제 변화'가 아닌 '가격 결정 구조를 흔드는 시도'로 규정한다.

애플의 진짜 목적은 CXMT 칩을 당장 아이폰에 전량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산을 쓸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줌으로써 기존 공급사인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존 물레나르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중국 군사기업과 손을 잡는 행동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키우는 일은 미국 기술 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과거 2022년에도 애플이 아이폰용 양산 칩으로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도입을 검토했을 당시, 마르코 루비오 당시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가 "애플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자 애플이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중국 밖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사가 장악하고 있다. 업계는 애플이 과거에도 YMTC 낸드플래시 도입 카드로 글로벌 공급망을 흔든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CXMT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가격 인상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고, 이는 국내 기업들의 출하 단가 하락 압력으로 직결된다고 진단한다.

트럼프의 거래 정치와 워싱턴의 안보 프레임이 부딪힐 세 갈래 길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거래 중심 의사결정'은 정책의 일관성보다 당장 손에 쥐는 협상 결과에 따라 방향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급망 향방의 가장 큰 정치적 변수다. 이에 따라 향후 시장 전개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경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 협상의 압박 카드로 이 사안을 활용하기 위해 승인도, 거부도 하지 않은 채 장기 교착 상태를 유지하는 흐름이다. 이 경우 애플은 구매 불확실성을 영리하게 유지하며 기존 메모리 3사 체제 안에서 단가 인하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실리를 챙기게 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장 접근권 확보나 현지 투자 확약을 대가로 애플의 제한적 구매를 전격 승인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조건부 허용이 현실화한다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칩이 애플 공급망 일부를 잠식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과 이익률이 직접 훼손되는 타격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미국 의회의 거센 안보 반발 프레임에 밀려 상무부가 CXMT를 수출통제 명단에 최종 등재하는 경로다. 법적 거래가 원천 차단된다면 공급망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기존 메모리 3사의 독점적 지위와 가격 주도권이 한층 공고해진다.

가격 스프레드와 미국산 대체재…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이정표


글로벌 반도체 지형의 판도 변화를 읽어내려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미 상무부의 정책 가이드라인과 실측 데이터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우선 가장 먼저 확인할 지표는 미 상무부의 CXMT 수출통제 명단 등재 여부다. 이는 애플의 조달 시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아울러 향후 출시될 아이폰 신제품의 부품 명세서 내 중국산 부품 비중을 추적함으로써 실제 조달이 개시되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동시에 고수익성 HBM과 범용 디레임 간의 가격 스프레드 추이를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공급사들의 HBM 쏠림이 지속되어 애플의 범용 메모리 조달 압박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마이크론의 가격 전략과 공급량 변화도 핵심 변수다. 애플이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을 정치적 완충지대로 삼아 중국산 카드의 현실적 대안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이슈는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 시도를 넘어, 인공지능 전환기 속에서 권력을 쥐려는 빅테크와 마진을 지켜내려는 반도체 거인들 간의 고도의 심리전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