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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 압박, 월가 불안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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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 압박, 월가 불안 키우나

워시 의장 취임 뒤에도 금리 1% 요구…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 재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케빈 워시 미 연준 신임 의장이 지난 5월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워시 의장 취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케빈 워시 미 연준 신임 의장이 지난 5월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워시 의장 취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를 또다시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월가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중앙은행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다시 직접적인 공격을 가했다며 이는 월가에 재앙적 위험으로 커질 수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CNBC과 가진 인터뷰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여지를 묻는 질문에 “그에게는 다소 적대적인 이사회가 있다”며 “그 이사회가 잘못된 일을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 개인보다는 연준 이사회 전체를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연준 내부가 자신이 원하는 금리 인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 트럼프, 기준금리 1% 이하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연준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 범위다. 연준은 그동안 여섯 차례 금리를 낮췄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가 1%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낮은 금리를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 차입 비용이 줄어 고용과 투자가 늘 수 있고, 인수합병과 혁신 투자도 활발해질 수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39조3000억달러(약 5경9540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양면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낮추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시장이 연준을 정치권의 압력에 흔들리는 기관으로 보기 시작하면 장기 금리와 달러, 주식시장에도 불안이 번질 수 있다.
모틀리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연준의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연준이 물가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백악관의 정치적 필요에 맞춰 움직인다는 인식이 생기면 금융시장의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워시 취임 뒤에도 독립성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제롬 파월 의장 시절에도 금리 인하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워시 의장은 트럼프가 선택한 인물로 취임 전에는 비교적 낮은 금리를 선호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았다.

그러나 워시 의장 취임 이후에도 연준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해왔고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지난 5월 22일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하는 대신, 연준 이사회가 적대적이라는 식으로 압박의 초점을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접근은 워시 의장에게 일정한 재량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연준 내부의 다른 위원들을 정치적 장애물로 몰아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FOMC의 집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흔드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주식시장 고점 속 인플레 우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 미국 증시는 통계상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랐다.

그러나 상승장 뒤에는 큰 변동성도 있었다. 관세, 중동 긴장, 에너지 가격, AI 투자 과열, 연준 정책 경로가 번갈아 시장을 흔들었다.

현재 월가가 주시하는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이다. 에너지 가격 하락이 물가를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근원 물가와 임금, 관세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물가 전망을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책무를 달성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처럼 단순히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가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압박에 따라 금리를 내리면 시장은 오히려 연준의 판단력을 의심할 수 있다.

◇ 금리 인하는 단기 호재, 신뢰 훼손은 장기 악재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는 보통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낮은 금리는 기업의 미래 이익 가치를 높이고, 차입 비용을 줄이며, 투자자들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더 선호하게 만든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중앙은행의 독립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의 결과로 보이면 의미는 달라진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환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과 정책 신뢰를 의심하게 된다.

연준의 신뢰는 금융시장의 핵심 안전판이다. 투자자들이 연준이 물가 안정보다 정치권의 요구를 우선한다고 판단하면, 장기 국채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를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회사채, 소비자대출 금리를 밀어 올려 경기와 주식시장에 부담이 된다.

모틀리풀은 바로 이 지점을 월가의 위험으로 봤다. 대통령의 연준 압박은 단기적으로 낮은 금리 기대를 키울 수 있지만, 중앙은행 신뢰를 훼손하면 더 큰 시장 불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 FOMC 내부 독립성도 시험대


FOMC는 연준 의장 한 사람이 아니라 이사회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함께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다. 의장이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위원들의 투표와 토론을 거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 개인보다 이사회를 비판한 것은 이런 집단 의사결정 구조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사회가 “적대적”이고 “잘못된 일을 하려 한다”는 표현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위원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연준 입장에서는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시장과 정치권에 불필요한 충격을 주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FOMC 내부 의견 사이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가 향후 정책 경로의 핵심 변수가 됐다.

특히 향후 고용지표가 둔화하고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연준의 선택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 불안이 커지고 금리를 유지하거나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월가가 우려하는 진짜 위험


월가가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반복되면서 연준의 정책 결정이 정치화됐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이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 투자자는 미국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 가운데 하나가 흔들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달러 신뢰와 미국 국채 수요,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금리가 성장과 증시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물가 압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연준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시장에 다른 종류의 위험을 만든다.

금리 인하 기대는 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연준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용 위에 쌓이면 월가는 나중에 더 큰 변동성을 치러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은 다시 월가의 핵심 변수로 돌아왔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워시 의장이 백악관의 낮은 금리 요구와 연준 내부의 물가 안정 책무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지에 쏠리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