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 장벽 틈타 화웨이·캠브리콘 수혜…5년간 데이터센터 2940억 달러 투자, 서버팜 확장
한국 HBM 공급망 하방 압력 우려 속 범용 고용량 메모리 시장의 '새 기회' 주목해야
한국 HBM 공급망 하방 압력 우려 속 범용 고용량 메모리 시장의 '새 기회' 주목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판도가 요동친다. 미국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국산 칩 채택 비율을 대폭 늘리면서 엔비디아와 AMD 영토가 중저가·추론 영역에서 빠르게 잠식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 시장의 공급망 체질 변화가 가져올 득실을 면밀히 계산해야 할 시점이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설문조사를 보면 중국 내 소프트웨어·금융·제조 분야 임원 60명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AI 칩 예산의 46%를 중국 국산 제품에 배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산화 비율인 30%에서 16%포인트 급상승한 수치다. 중국 정부의 자립 압박과 미국산 칩 조달 난항이 겹친 결과다.
다만 해당 수치를 AI 성능 전반의 자립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예산 확대는 주로 추론·경량 학습용 칩에 집중됐다. 거대언어모델(LLM) 초기 단계 학습 영역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국산화 바람을 타고 화웨이와 캠브리콘, 하이곤이 주요 수혜 기업으로 부상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정부 지침에 발맞춰 이들 국산 칩을 대거 사들이며 서버팜(Server Farm)을 키운다. 이는 수천, 수만 대의 컴퓨터 서버를 한곳에 모아놓은 대규모 컴퓨터 단지를 말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H20이나 AMD의 중국 맞춤형 AI 가속기인 MI308의 시장 점유율은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사막 데이터센터와 2센트 전기료의 함수 관계
중국은 강력한 인프라 지원 정책으로 기술적 열세를 메운다. 독일 주간지 비르트샤프츠보헤(WirtschaftsWoche) 7일 보도를 보면 중국은 내륙 변방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도시를 건설하며 AI 시장 장악을 시도한다.
핵심 전략은 '동수서산(동부 지역 데이터를 서부 지역에서 처리)' 구조다. 중국 내 가동 중인 AI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6200개를 넘어섰다. 이들이 동부 대도시에서 모은 데이터는 내몽골 호링거·우란차부나 신장, 닝샤 같은 서부 오지로 보내져 학습을 진행한다.
이들 지역은 고비사막 변두리에 위치해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가능하다. 평균 기온도 섭씨 5~7도 수준으로 낮아 냉각 비용을 절반 이상 아낀다. 특히 닝샤 클러스터는 솔라파크 한가운데 서버를 지어 송전 손실을 없앤다.
중국 정부는 국산 AI 칩을 쓰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료 50%를 추가 보조한다. 중국산 칩이 엔비디아 제품보다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하는 약점을 국가 재정으로 상쇄하는 전략이다.
성능 열세를 물량과 작동 사례로 입증
중국 AI 생태계는 최고 성능을 추구하기보다 '쓸 만한 제품을 싸게 대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한다. 미국 오픈AI가 최신 모델 사용자에게 100만 토큰 입력에 5달러(약 7580원)를 받을 때 중국 디프시크(DeepSeek)는 입력 44센트를 제시했다. 미국 제품 대비 최대 97% 저렴한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산 칩으로 실제 서비스 운용이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있었으나 실증 사례가 속속 등장한다. 디프시크는 엔비디아 칩 없이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기반 클러스터와 자체 인프라만으로 대규모 트래픽 환경에서도 상용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중국산 칩은 거대 모델 최초 학습 단계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추론과 반복 학습 영역에서는 화웨이와 캠브리콘 제품이 이미 시장 요구치를 충족했다. 개별 칩 성능이 떨어지면 더 많은 칩을 엮는 물량 공세로 극복하는 형태다. 미국 반도체 미세화 공정주기 둔화는 중국이 기술 격차를 좁힐 기회로 작용한다.
한국 메모리 업계, HBM 타격과 범용의 기회
중국은 앞으로 5년 동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2940억 달러(약 445조 9000억 원)를 투입한다. 국가 주도 계획 경제라는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수급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중국의 AI 칩 자립 속도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 단순한 악재가 아니라 공급망 구조 변화를 예고한다. 엔비디아와 AMD 칩 수요가 중국에서 꺾이면 이들 북미 설계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급 경로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특히 중국 국산 가속기들은 북미 제품보다 HBM 채택 비율이 낮아 국내 업계의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리스크가 있다. HBM 수요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 구조에 완전히 종속되어 움직이기 때문이다.
반면 완충 요인도 존재한다. 서버 증설량 자체에 동행하는 차세대 DDR5 고용량 메모리 모듈이나 저전력(LPDDR)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급증할 수 있다. 중국이 물량 공세로 데이터센터 서버팜을 다각도로 증설하는 과정에서 기술 자립 과도기 속 한국 범용 반도체가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셈이다.
향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방향성은 세 가지 핵심 변수로 압축된다.
가장 먼저 주시할 지표는 중국 국산 가속기의 미세공정 수율이다. 이는 중국산 GPU의 성능 상한선과 실질적인 기술 자립 속도를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다음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추이를 살펴야 한다. 북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규모는 글로벌 차원의 HBM 총수요 방향성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마지막으로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가격 밴드 흐름이다. 시장 수급 변화 속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분기 실적 향방을 가를 가장 즉각적인 지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