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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㉓] 김영란법과 접대비, 숨겨진 강자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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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㉓] 김영란법과 접대비, 숨겨진 강자의 논리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2010년 한승철 전 검사장은 140만원 상당의 식사·향응과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는데 1·2·3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향응 제공이 ‘사건 청탁 명목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2011년 ‘벤츠 여검사’ 이모(40)씨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벤츠 승용차뿐 아니라 월세 300만원의 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까르띠에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내연남 로펌 명의의 신용카드 등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내연남의 호의였을 뿐 대가를 바란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두 개의 사건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제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016년에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엔엑스씨) 대표로부터 헐값에 넥슨 주식을 사들여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또 자동차와 해외여행 경비 등 9억 5000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사장 출신으로 최초로 구속된 전례를 남겼다.

이같은 고위공직자들의 ‘탐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김영란법이 내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및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배우자 포함) 등이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직무관련성에 상관없이 처벌을 받는다.

또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기업들이 직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접대비는 기업 재무제표의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 중 접대비 계정으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나타난 엔엑스씨의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 2015년 접대비는 16억5648억원으로 2009년의 8억7717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행 법인세법상 접대비는 법인이 업무와 관련해 지출한 접대비·교제비·사례금 등을 말한다. 기업의 접대비 지출을 일정 한도까지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를 깎아준다.

접대비가 회사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접대비 지출건당 금액이 1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세금계산서•계산서•신용카드매출전표•현금영수증(지출증빙용)의 적격지출증빙서류을 받아야만 한다.

1회의 접대로 지출한 접대금액이 1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적격지출증빙서류를 받지 않으면 접대비 한도초과여부에 상관없이 비용자체를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신용카드사용의 경우에도 일반 지출과 다르게 반드시 법인명의의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회사는 접대비가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법인세를 물 수 밖에 없다.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0%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어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20%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200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22%를 물도록 되어 있다.

법인세를 낼 때에는 주민세 10%가 부과되기 때문에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순익 200억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20억원의 접대비가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세금을 4억8400만원 더 물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 할 수 있다.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 일일이 접대내용을 기록해야 하는 대기업으로서는 김영란법 시행은 여간 껄끄러운 존재다.

재계의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은 CEO 하계포럼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민, 축산업자, 음식점이 입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골프장을 예약하기 어렵고 백화점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신년사나 비리사건이 터질 때에는 의례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하고 주주 환원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읇조린다.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김 한 톳(100장), 고등어 한 손(2마리), 쌀 10kg, 작은 과일 한박스라도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오히려 농어민과 택배기사들의 수입을 늘려주고 국가경제를 활성화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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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