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가 발행한 당시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 채권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 정부가 채무 상환에 응하도록 협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은 은행 등을 통해 이 국채를 판매했다. 하지만 이듬해 청나라 붕괴의 원인이 된 신해혁명이 성공함으로써, 상환의 희망은 끊어지고 가치는 없어졌다. 발행액은 당시의 금액으로 600만 파운드에 달했으며, 채무 규모를 현재 시세로 따지면 무려 1조 달러(약 1198조 원)가 넘는다.
또 지난해 8월 채권자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 등과 면담하고 "미중 무역 마찰 해소를 위한 재료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다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미 재무부와 상무부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청나라 국채 상환 요청에 앞장선 사람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조나 비앙코 씨다.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청나라 국채에 대해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청나라가 멸망해 버렸던 일이나, 그 후 미국과 중국의 국교가 단절됐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호소하지 못하고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한 뒤, 그러나 "미국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됨에 따라, 큰 기회가 굴러와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비앙코 씨는 미국 내에서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채권자들을 모아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단체를 결성하고, 스스로 대표에 취임한 뒤, 중국에 채무 상환 압력을 가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듀크 대학의 법학자는 "법적으로 보면, 청 왕조가 남긴 부채는 완전히 합법적이다"라며, "현재의 중국 정부는 이들의 채무에 대해 1949년 이전의 중화민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스스로를 중국 주권의 유일한 계승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비앙코는 이러한 과거 사례에 대해서도 "시대가 변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과는 다른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것으로, 미국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새로운 공을 손에 넣었다. 100년 동안 지속된 우리의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상식적인 도를 지나친 미국인들의 억척스런 주장에 대해, "트럼프의 정신세계가 모든 미국인들에게 전염되고 있다"는 세간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