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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 미·중 등거리 외교로 실리·명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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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네시아, 미·중 등거리 외교로 실리·명분 챙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질서 재편 속에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는 세계질서 재편 속에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걸쳐 있는 섬나라이다. 1만7000여 개의 섬이 있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은 1조1800억 달러다.

이 나라는 향후 지속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보수적인 가정을 토대로 산정할 때 2030년까지 연평균 GDP 성장률이 5~6%이다.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에 따르면 2050년 인도네시아 GDP는 10조 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한다.
인도네시아는 과거부터 민주와 공산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제3외교 지향 국가였다. 넓은 국토와 인구, 자원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강한 경제를 달성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태평양 시대를 맞이하여 미래 세계 GDP가 이 지역에서 50%,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자국의 경제력 확대에 대해서 무엇보다 민감한 국가발전 전략을 마련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과 군사적 안정을 위해 글로벌 질서의 양대 세력인 중국·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모색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무역 및 투자 파트너 중 하나이다.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외교 관계에서 중국의 어두운 측면까지도 기꺼이 눈감아 주는 태도를 보여왔다.

시진핑이 10월 23일 3기 5년 임기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에 재선되자 조코위 대통령은 시진핑의 재선을 축하하고 양국 관계가 지속되고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위터로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코위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연간 5~6% 성장하는 데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가 꼭 필요하다.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눈치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3년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직면한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도 2024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해에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다.

조코위와 시 주석은 11월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HSR) 시험을 위해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수주된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지연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자카르타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이미 조코위와 시진핑은 지난 7월 베이징에서 만나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 드라이브와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해양 인프라 투자 전략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재선이 조코위와 시진핑 치하에서 좋은 조건으로 진행되었던 인도네시아-중국 경제발전에 연속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도네시아에 52억 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인도네시아에 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29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아세안 회원국 중 베이징의 세 번째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반대로 중국은 인도네시아 수출의 21.83%, 인도네시아 수입의 34.74%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큰 국가이다.

조코위 시대에 진입해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1980년대 자카르타가 베이징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가장 좋은 상태이다.

한편 미국도 지정학적 중요성과 글로벌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를 우방으로 견고히 유지해야 하기에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밀착되는 것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미국 국제개발청(USAID)은 다양한 사업과 협력을 통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USAID는 인도네시아가 민주주의를 달성하도록 포괄적 경제 성장을 돕고 천연자원 관리 개선, 기후변화 대처, 코로나 백신 지원으로 전염병 같은 건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시스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아세안, 인도ㆍ태평양 지역 안보 역학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군사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미국과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여름 양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인 ‘슈퍼 가루다 실드(Super Garuda Shield)’ 훈련을 실시하고 상호 방위협력 강화를 논의 중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 공유를 명분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 보존을 위해 국제 규칙과 규범을 함께 유지하자는 제안을 인도네시아에 전달하고 있다.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미국 양자 사이에서 실리와 명분을 얼마나 잘 챙기고 잘 발휘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보듯이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몸집이 큰 국가들이 점차 미·중 질서 재편 속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자국의 국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