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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대 ‘AI 전환 기로’ 놓인 애플…시리 성능 개선과 AI 통합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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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대 ‘AI 전환 기로’ 놓인 애플…시리 성능 개선과 AI 통합에 사활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019년 8월 28일(현지시각) 자사의 음성비서 ‘시리’를 통해 수집된 음성 녹음 데이터의 검토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019년 8월 28일(현지시각) 자사의 음성비서 ‘시리’를 통해 수집된 음성 녹음 데이터의 검토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애플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지며 향후 성장 전략의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리(Siri)의 성능 저하와 경쟁사 대비 AI 기술력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WSJ는 애플이 현재 두 가지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AI 기술 개발에 실패해 하드웨어 중심 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리와 AI 기능을 성공적으로 통합해 차세대 플랫폼 리더로 도약하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픈AI 등 경쟁사와 비교해 AI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시리는 여전히 제한적인 기능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사파리 등 자사 제품에 외부 AI 기술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디 큐 애플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은 최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관련한 반독점 소송에서 행한 증언에서 "애플은 사파리와 다른 제품에 AI 기술을 통합하기 위해 AI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등의 AI 검색 제공 업체들이 전통적인 검색 엔진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시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애플은 이제 고전적인 '패스트 팔로어'가 됐다"면서 "혁신의 선두 주자가 아니며, 고객 기반이 크다는 점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너무 뒤처지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애플이 AI 기술을 성공적으로 통합한다면 시리가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갖추고 애플워치나 스마트 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애플은 자체 언어 모델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강화하고 있으며 차세대 AI 기능을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애플의 AI 전략은 다음 달 열릴 연례 개발자 회의(WWDC)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애플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이 기술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할 것"이라며 장기 비전을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