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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K경제 리더십] SK하이닉스, AI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우뚝'…원동력은 과감한 '결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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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K경제 리더십] SK하이닉스, AI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우뚝'…원동력은 과감한 '결단력'

2010년, 업계 우려에도 HBM 기술 뚝심 개발
HBM4 개발 위해 TSMC와 손잡은 것도 대표적 사례
수익성 나쁜 CMOS 이미지센서 사업도 과감히 정리
SK하이닉스가 지난해 SK AI서밋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제품. 사진=장용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지난해 SK AI서밋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제품. 사진=장용석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올해 1분기 D램 부문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라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은 1992년 이후 33년 만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로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서는 과감한 경영방식에 주목한다. 미래가 불분명한 사업은 접는 빠른 판단력도 장점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으로서 위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36%로 34%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매출 '톱10'에도 새로 진입했다. 1분기 영업이익에서도 SK하이닉스는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기록한 영업이익 1조1000억원보다 6조3405억원 많은 7조44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선전 뒤에는 HBM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D램 비중은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D램의 일종으로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HBM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처음부터 HBM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HBM 기술 개발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박명재 SK하이닉스 HBM 설계 담당(부사장)은 SK하이닉스 뉴스룸에서 "HBM 개발 초기였던 2010년대 중후반 HBM 설계 조직은 공공연히 오지로 불렸다"면서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서 비관론이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HBM을 꾸준히 개발하고 키워왔던 SK하이닉스의 과감한 경영 행보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셈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 2024'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 2024'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 같은 전략의 핵심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을 꼽았다. 곽 사장은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HBM 경쟁력이 한순간에 확보된 게 아니다"라면서 "SK그룹의 장기적 관점 투자 결정과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 곽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SK하이닉스의 전략은 더욱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기업 대만의 TSMC와 HBM4 개발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HBM4가 양산되는 시점이 2026년임을 감안하면 미래를 위해 또 한번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의 삼각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반도체를 설계하면 TSMC가 AI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이에 필요한 메모리를 공급하는 식이다. 나아가 HBM4에선 SK하이닉스가 TSMC의 미세화 기술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전망이 좋지 못했던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도 이 같은 경영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HBM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지금의 SK하이닉스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AI사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