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출렁인 에너지 정책..."재계, 투자 불확실성에 지쳐"
이재명 "햇빛·바람 연금·석탄 발전 폐지"...김문수 "SMR 상용화·반값 전기료"
산업계 "AI·탄소중립 시대, 안정적 전력 공급이 국가경쟁력 좌우"
이재명 "햇빛·바람 연금·석탄 발전 폐지"...김문수 "SMR 상용화·반값 전기료"
산업계 "AI·탄소중립 시대, 안정적 전력 공급이 국가경쟁력 좌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렁이는 원전 정책에 산업계는 깊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명박(MB)·박근혜 정부 시절 친원전 기조에 따라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섰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전환으로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친원전 기조가 복원됐지만, 그 사이 무너진 공급망과 전문 인력 체계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재계는 에너지 정책만큼은 진보·보수 정권 교체에 따라 좌우되지 말고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기 대선에서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내건 에너지 공약은 산업계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두 후보는 공통적으로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구축을 강조한다.
이 후보는 '햇빛·바람 연금'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방점을 뒀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쇄하고, 농가 태양광 보급과 재생에너지 직접구매(PPA) 제도 개선을 통해 주민 소득과 지역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원자력 중심의 전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상용화를 앞당겨 원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산업용 전기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 '기업 하기 좋은 전력 환경'을 만들고, 원전 확대를 통해 고전력 기반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계가 이번 대선에서 에너지 공약을 주목하는 이유는 정권 교체 때마다 뒤바뀌는 정책 기조 탓에 기업들이 매번 애를 먹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전 기자재를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MB 정부 시절 신규 원전 수주를 겨냥해 대형 제작 설비를 증설했다. 문 정부 들어 원전 수주가 중단되면서 수년간 공장 가동률이 급감했다. 윤 정부 출범 후 뒤늦게 신규 원전 발주가 재개되자 다시 인력과 공급망을 되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떤 에너지원에 정책 우선순위를 놓이느냐에 따라 전기료는 물론 안정적인 전력 수급 가능성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도 정책 제언집을 통해 AI 확산과 탄소중립 전환으로 산업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 시스템의 단계적 개편과 함께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 기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에너지 공급망과 설비 제조업체 육성, 탄소중립 R&D 확대와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계는 차기 정부가 이념보다는 산업 현실에 입각한 실용적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AI, 탄소중립 등 국가 전략 산업의 성패가 전력 인프라의 안정성에 달린 만큼 공급망 전반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전력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로 보인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