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정부, '실리콘 말레이시아' 부활 위해 공격적 투자 유치
미국의 관세 위협과 지역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강국 야망 유지
미국의 관세 위협과 지역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강국 야망 유지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산업 입지를 강화하고 수익성이 높은 프론트엔드 칩 제조 및 설계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료주의 철폐, 저렴한 토지 제공, 전력 및 수도 보조금 지원 등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북부 케다 주 쿨림 지역은 '실리콘 말레이시아'를 활성화하려는 안와르 정부 계획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기술 기업 AT&S는 쿨림 하이테크 파크에 약 12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시설을 건설했다. 이 시설은 칩 제조의 핵심 부품인 고급 기판을 생산하며, 내년에는 최대 운영 용량에 도달해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AT&S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담당 부사장 잉골프 슈뢰더는 "말레이시아는 적절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페낭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허브와 매우 가깝다. 또한, 인력, 노동력, 보조금 등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산업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초부터 말레이시아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4%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반도체산업협회 회장 웡 시우 하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관세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면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갈등으로 인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도 말레이시아에게 부담이다. 지난 3월 싱가포르와 미국 당국은 첨단 엔비디아 칩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중국으로 불법 전달됐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반도체 선적을 더욱 면밀히 추적하고 수출 규정 위반을 "심각한 범죄"로 취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태국, 베트남,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가 대안적 반도체 허브로 부상하면서 말레이시아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인텔, 인피니언, 삼성, 소니와 같은 주요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는 반격하고 있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 Holdings와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말레이시아 기업이 최첨단 설계 및 기술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안와르 총리는 이 계획을 말레이시아의 "두 번째 반도체 물결"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소 5,000억 링깃(약 1,160억 달러)의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엔비디아 등을 포함한 50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가 말레이시아에 운영되고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인텔은 매출 둔화와 손실 증가로 인해 70억 링깃(약 16억 달러) 규모의 페낭 사업 확장을 연기했으며, 오스트리아-독일 센서 제조업체인 오스람은 지난해 주요 고객을 잃은 후 20억 링깃 규모의 공장 계약을 철회했다.
웡 시우 하이는 관세 전쟁에 대한 "먼지가 가라앉을 때" 말레이시아는 "기술 발전, 역량, 인력 교육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국가"가 되도록 가치 사슬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미래의 기술과 확장을 위해 선택받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