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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4년 만에 세계 최고 채권국 지위 상실…독일이 1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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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4년 만에 세계 최고 채권국 지위 상실…독일이 1위 탈환

순대외자산 사상 최고에도 엔화 약세가 발목
독일 569조원, 일본 533조원으로 역전…중국 3위
일본이 1991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최고 채권국 지위를 잃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1991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최고 채권국 지위를 잃었다. 사진=로이터
일본이 1991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최고 채권국 지위를 잃었다고 재무성이 27일 발표했다. 독일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1위 자리를 탈환했고, 일본과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대외자산 총액은 전년 말 기준 533조5000억 엔(약 3조7000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해 처음으로 500조 엔을 넘어섰다. 하지만 독일의 569조6500억 엔에는 못 미쳤다.

일본의 순대외자산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최고 채권국 지위를 상실한 것은 엔화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 엔화는 2024년 말 달러당 157.89엔에 거래되어 1년 전 141.40엔보다 11.7% 약세를 보였다.

외무성은 "엔화의 가치 하락이 주식, 채권 및 기타 보유 자산을 포함한 일본의 외화 자산 가치를 현지 통화로 환산했을 때 증가시켰다"며 "독일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의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7년 연속 대외여신을 증가시켰으며, 총 대외자산은 11.4% 증가한 1조6592조 엔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과 무역협회의 미국 직접 투자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외채무도 10.7% 증가한 1조1259조 엔을 기록했다. 순대외자산은 대외자산에서 대외채무를 뺀 수치로, 일본의 순대외자산은 5333조 엔에 달한다.

국가별·지역별 순위를 보면 독일이 1위, 일본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516조2800억 엔으로 3위에 올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4조1092조 엔의 순대외채무를 보유해 외채가 해외 자산을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다.

일본이 세계 최고 채권국 지위를 유지해온 것은 1980년대부터 지속된 무역수지 흑자와 해외투자 확대 덕분이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대외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독일은 유럽연합 내 수출 강국으로서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와 기계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채권국 지위 상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엔화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고령화로 인한 국내 저축률 하락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여전히 활발하지만, 독일과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대외투자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것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재무성은 다른 국가들의 수치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대로 작년 말 환율을 사용해 엔화로 환산했다고 밝혔다.

이번 순위 변동은 글로벌 경제에서 일본의 상대적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과 함께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채권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엔화 강세 전환과 함께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1위 탈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