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통신은 “EU 회원국들이 미국산 서비스와 공공 조달 시장 제한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까지 논의 중”이라고 22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 “트럼프 관세, 사실상 유럽-미국 교역 중단”
EU 집행위원회는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협상 전망이 어두워졌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실무협상 직후 “30% 관세는 양측 최대 무역관계를 사실상 금지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유럽 각국 외교관들에게 보고했다.
EU와 미국은 당초 EU 수출품 대부분에 10% 기본 관세를 적용하는 절충안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이어왔으나 미국 측이 10%를 훌쩍 넘는 관세율까지 거론하며 합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방안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EU 외교관들은 전했다.
◇ EU, 24조5000억 원 규모 보복관세 카드…서비스·공공입찰 제한도 거론
EU는 이미 210억 유로(약 24조5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보복관세를 다음 달 6일까지 유예한 상태며, 추가로 720억 유로(약 84조 원) 상당의 보복 리스트도 검토하고 있다.
또 반강제수단 발동까지 논의하며 미국이 EU 회원국에 경제적 압력을 가할 경우 서비스 무역 제한, 미국 기업의 EU 금융·공공조달 시장 진입 제한, 미국산 화학·식품 수입 규제 등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반강제수단이란 단순한 관세 부과나 무역 장벽을 넘어 상대국에 실질적이고 강한 압박을 가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관세적 조치를 말한다.
프랑스는 반강제수단의 발동을 일찌감치 지지해왔고, 독일도 최근 “예외적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다만 “반강제수단 발동은 경제 전면전을 뜻하는 ‘핵 옵션’에 해당한다”며 신중론도 여전하다. 실제 반강제수단 발동에는 회원국 15개국 이상(인구 기준 6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 미국 “국가 안보 사안은 예외”…EU, 맞대응 결의
EU는 미국에 ‘관세 동결’ 조항 도입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했다. 외교관들은 “미국은 제약·반도체·목재 등 국가 안보 명분의 통상조사에서 양보할 뜻이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보복 조치가 가해지면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반강제수단은 매우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동하는 예외적 도구”라며 신중 입장을 밝혔지만 EU 내 여론은 대응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