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IEEPA 관세 6대3 위법 확정, 트럼프는 즉각 새 10% 글로벌 관세 발동
상호관세 종식인가, '관세 2.0' 서막인가…한국도 3중 불확실성 직면
상호관세 종식인가, '관세 2.0' 서막인가…한국도 3중 불확실성 직면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글로벌 시장은 관세 종식이 아닌 '관세 2.0' 시대의 개막 여부를 놓고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고 배런스, NBC뉴스, CNBC, CBS뉴스 등 주요 외신이 지난 20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법이 없으면 다른 법으로"…대법 판결 당일 새 관세 발동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일 '러닝리소시즈 대 트럼프' 사건에서 6대3으로 IEEPA 근거 관세를 위법으로 확정했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쓴 다수 의견의 핵심은 단 한 문장이다.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제한의 금액·기간·범위로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비상한 권력을 주장했지만, 법 조문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977년 제정된 이 법은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출입을 '규제'할 수 있다고 적시했을 뿐, '관세', '세금', '부과금' 같은 단어가 전혀 없다. 이 법을 관세 부과에 활용한 대통령은 역사상 트럼프가 처음이었다.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진보 3명(소니아 소토마요르·엘레나 케이건·케탄지 브라운 잭슨)과 함께 다수 의견에 참여했다. 반대 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설령 IEEPA 관세가 잘못된 방식이었다 해도 "의회는 대통령에게 관세와 무역 규제에 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관세 정책을 크게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정부가 IEEPA 관세 납부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환급해야 할 수 있다"며 상당한 혼란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은 깊이 실망스럽고, 일부 대법관이 부끄럽다"며 자신이 임명한 고서치·배럿 대법관에게도 "그들의 결정은 끔찍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오후 1974년 무역법 제122조(무역수지 적자 해소 권한)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 관세를 발동하며 "수년간 우리를 속여 온 나라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무역확장법 제232조, 무역법 제301조 등 다른 권한을 활용하면 2026년 관세 수입은 사실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미 쓰이고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관세율 17%→7% 하락, 누가 웃고 누가 우나
세제 정책 분석 기관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이번 판결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17%에서 7%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상품 100달러(약 14만4800원)짜리를 사면 17달러(약 2만4600원)이던 세금이 7달러(약 1만1300원)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득을 보는 쪽은 수입 원자재나 완성품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그리고 미국 소비자다. 제빈스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애버크롬비앤피치·빅토리아시크릿·갭·버켄스탁처럼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소매·소비재 기업들이 관세 환급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코스트코, 가와사키 모터스, 레블론 등은 이미 국제무역법원에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환급 폭탄 '1600억 달러'…돌려받는 것도 전쟁
조세재단은 2월 20일 현재까지 IEEPA 관세로 거둬들인 세수가 1600억 달러(약 231조 원)를 웃돈다고 집계했다. 투자분석 회사 22V 리서치는 "환급이 실현되면 기업 수익률 회복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의 약 0.6%에 해당하는 재정 부양 효과가 가능하다"면서도 "남은 관세 부담이 이를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환급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넬앤윌머 로펌의 브렛 존슨 파트너는 "환급을 원하는 기업은 각각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하급 법원과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행정부가 환급금 지급을 법정에서 다툴 수 있다"고 시사해, 환급 여정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반응은 냉온탕을 오갔다. 판결 당일 S&P 500 지수는 장 중 급등 후 0.7% 오른 6,909.51로 마감했다. 관세 민감 종목으로 꼽히는 애버크롬비앤피치·빅토리아시크릿·갭·버켄스탁 등은 오전 상승분을 장 마감 무렵 대부분 반납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1%포인트 오른 4.09%에 머물렀다.
한국 경제, '반쪽 안도'에 그치는 이유
이번 판결로 한국에 부과되던 15% 상호관세는 즉각 효력을 잃게 됐다. 그러나 자동차·철강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무역확장법 제232조 근거)는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1일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번 판결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으나, 한미 관세합의를 통해 확보된 수출 여건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같은 날 관세지급인도조건(DDP)으로 미국에 수출한 약 6000개 국내 기업을 추려 환급 절차 안내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발동한 새 10% 글로벌 관세가 기존 한미 관세합의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IEEPA로 '관세'를 매기는 것은 위법이라 했지만, 수입을 아예 차단하는 금수조치 권한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든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23일 산업부 장관 주재 민·관 합동 대책회의에서 업종별 영향이 점검될 예정이다.
"관세가 좋아하는 단어"…법원 판결 하나로는 안 꺾인다
베다 파트너스의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 헨리에타 트레이즈는 "백악관은 두 가지 길 앞에 서 있다. 대법원이 던진 기회를 살려 관세를 거둬들이고 물가를 잡거나, 수입업체 비용을 다시 끌어올리고 국경에서 혼란을 빚을 새 관세를 계속 끌어들이거나"라고 말했다.
비컨 정책 자문의 오웬 테드포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다시 부과하면 민주당은 이를 2025년 4월 '해방의 날'처럼 만들려 할 것"이라며 정치적 파장을 예고했다. 그해 4월 관세 발표 당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제히 폭락했다.
캐토 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이번 판결은 미국 수입업체와 경제, 법치주의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조세재단은 남아 있는 제232조 관세만으로도 향후 10년간 6350억 달러(약 919조 원)가 걷히고, 미국 가구 한 곳이 연간 평균 400달러(약 58만원)의 부담을 계속 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연설에서 '관세'를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밝혔다. 법원 판결 하나가 그의 무역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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