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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벤처캐피털 시장의 ‘화려한 부활’, 그 이면에 숨겨진 ‘국가 주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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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벤처캐피털 시장의 ‘화려한 부활’, 그 이면에 숨겨진 ‘국가 주도’의 그늘

정부 지침 기금 2.3조 위안 투입… 벤처 펀드 설립 전년 대비 16.7% 급증
자금 다양성 부족이 아킬레스건… 정책 변화 시 산업 정체 우려 제기
중국 국기가 베이징 금융가에 위치한 중국증권관리위원회(CSRC) 건물 밖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기가 베이징 금융가에 위치한 중국증권관리위원회(CSRC) 건물 밖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벤처캐피털(VC) 산업이 수년간의 침체를 딛고 정부 자금의 강력한 수급에 힘입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논리가 아닌 정책 주도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자금원의 편중으로 인한 '지속 가능성' 위기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5일(현지시각) 홍콩 연구소 가베칼 드라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VC 시장 수익의 대부분은 정부 출처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중앙정부의 규제 완화와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 1,000억 위안 규모 ‘국가 가이드 펀드’ 출격… 국영 자본이 시장 장악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개발개혁위원회를 통해 1,000억 위안(약 145억 달러) 규모의 국가 벤처캐피털 가이드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베이징·톈진·허베이, 양쯔강 삼각주, 광둥·홍콩·마카오 등 주요 경제권역을 대상으로 한 3개의 대형 지역 기금과 49개의 하위 펀드도 잇따라 설립됐다.

진자오 장콩 경영대학원 조교수는 "현재 중국 VC 시장의 조달 구조는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정부 및 국영 자본이 절대적인 동력"이라며 "이는 정부가 기술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신호지만, 동시에 시장 주도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5년 11월까지 신규 설립된 VC 펀드는 총 4,871개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으며, 조달 자본금은 2조 2,900억 위안에 달한다.

◇ ‘딥시크·유니트리’ 열풍이 불 지핀 투자 심리… 엑시트(Exit) 활로가 관건


이 같은 자본 급증은 중국 기술 스타트업들의 약진과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AI) 분야의 '딥시크(DeepSeek)'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 로보틱스' 같은 혁신 기업들이 기술적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자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6년 이후에도 이 열기가 이어지려면 '엑시트(투자금 회수)' 통로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진 교수는 "등록 기반 IPO 개혁을 통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보험·사회보장기금·달러 펀드 같은 시장 지향적 자본이 다시 돌아와야 진정한 회복이 완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국영 자본의 한계… “진정한 초기 혁신보다는 중후기 프로젝트 쏠림”


자금의 다양성 부족은 향후 산업 정체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재정 정책이 조정될 경우 자금원이 한순간에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영 자본 특성상 위험 감수 능력이 낮아, 실패 가능성이 높은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이미 검증된 중후기 프로젝트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두 회기(양회)'에서 채택될 제15차 5개년 계획은 소규모 기술 기업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PwC 역시 산업 업그레이드와 상장사 통합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M&A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며 VC의 출구 경로를 넓혀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국가 주도 VC 부흥은 한국 시장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자금이 AI, 로봇 등 핵심 기술에 집중됨에 따라 한국 스타트업들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및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 내 국영 자본이 중후기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틈을 타, 국내 초기 단계 기술 스타트업들이 중국계 민간 자본이나 글로벌 달러 펀드와 연계하는 틈새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도 '모태펀드' 등 정책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의 권역별 대형 기금 운영 방식과 민간 자본 회귀 유도 정책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