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제재로 다져진 '국산화 80% 체제'로 공습에도 전면 마비 대응
비석유 수출과 바터 무역으로 월 20억 달러 확보, 정권 단기 생존력 유지
정유시설 타격, 전력망 핵심 거점 파괴 시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 예상
호르무즈 봉쇄·전력망 붕괴 시 한국 에너지 수급 직격… 지금 점검해야 할 3가지 지표
비석유 수출과 바터 무역으로 월 20억 달러 확보, 정권 단기 생존력 유지
정유시설 타격, 전력망 핵심 거점 파괴 시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 예상
호르무즈 봉쇄·전력망 붕괴 시 한국 에너지 수급 직격… 지금 점검해야 할 3가지 지표
이미지 확대보기'저항 경제'란 단순한 자급자족이 아니다. 제재와 전쟁 환경에서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시스템 일부가 타격을 받아도 국가 기능 전체가 마비되지 않도록 설계된 '생존형 경제 시스템'이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교훈을 바탕으로 이 체제를 40년에 걸쳐 완성했다. 문제는 이 체제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일순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분산 전력망과 국산화 제조업, 타격에도 '전면 마비' 없는 이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이란이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예상보다 끈질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핵심은 '분산형 구조'다.
이란은 수백 개의 발전소를 전국에 분산 배치해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에도 국가 전력망 전체의 동시 붕괴를 막고 있다. 이란은 '보냐드(Bonyad)'로 불리는 대형 종교재단이 공식 정부 예산 바깥에서 병행 경제를 운영하며 중앙정부 지출의 30% 이상을 충당하는 제3의 자금 채널까지 보유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이란은 의약품·자동차 부품·가전제품 등 주요 품목의 80% 이상을 자체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버지니아공과대학(Virginia Tech)의 이란 경제 전문가 자바드 살레히-이스파하니 교수는 "이란은 이웃 걸프 국가들과 달리 팔레비 왕조 시대부터 이어진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수입품이 막히면 국내산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이란 경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자급 구조는 저부가가치 산업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반도체·정밀장비·항공 부품 등 첨단 산업에서는 여전히 외부 의존도가 높다. 이란 경제 구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조선업·전기전자공학·정밀기계·생명공학 분야에서 유럽·북미와 비교할 때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저항 경제는 생존 시스템으로는 작동하지만, 장기 성장 동력은 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비석유 수출 월 20억 달러·바터 무역… 금융 봉쇄 속 돈줄 살아 있는 이유
이란은 국제 금융망 차단 상태에서도 철강·화학 제품·농산물 등 비석유 수출을 통해 매달 약 20억 달러(약 3조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보스앤바자르(Bourse & Bazaar) 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망헬리지는 "이란 경제의 생명줄은 석유만이 아니다"라며 "석유 거래가 완전히 끊기더라도 기존 재고와 비석유 수출을 통해 일정 수준의 경제 유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무역 결제 시스템의 마비를 우회하기 위해 원유를 식품이나 기계류와 맞교환하는 '물물교환(Barter)' 방식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하는 복잡한 우회 물류망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란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통해 미국 제재 속에서도 중국과 인도에 원유를 지속 판매해왔으며, 전쟁 중에도 일부 중국 국적선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 급등이라는 '역설적 호재'… 하루 1억 4000만 달러, 그러나 할인 판매가 상쇄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란은 역설적으로 전쟁 비용 충당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에너지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유가 상승 덕분에 원유 수출로만 하루 1억 4000만 달러(약 21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 효과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은 국제 시세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이 단기 재정을 보완하더라도, 배럴당 10~15달러 수준의 제재 할인이 이를 부분적으로 상쇄한다. 미국 정부 역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이란의 일부 원유 판매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정부는 사이버 공격에 따른 은행 시스템 혼란 속에서도 공무원 급여와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있다.
버티기 조건 vs. 붕괴 트리거… 두 시나리오의 경계선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란의 '버티기' 가능 여부는 공습 대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버틸 수 있는 조건은 분산형 전력망 유지, 국산화율 80% 제조업 가동, 바터 무역과 우회 물류망 작동, 보냐드 병행 경제 지속, 중국·인도행 그림자 수출이다. 반면 무너지는 트리거는 정유시설 직접 타격, 전력망 핵심 거점 동시 파괴, 도시 생활 인프라(수도·가스·의료) 붕괴다.
현재 공습은 주로 군사 시설과 핵 관련 시설에 집중돼 있어 이란이 임계점 아래에서 '관리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균형은 표적이 바뀌는 순간 깨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정유시설과 민간 발전소까지 공습 대상이 확대되면, 이란의 에너지 공급은 단숨에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 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2026년 3월 1주차)는 이란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이미 국제 유가 급등으로 번지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닥치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부 정치 리스크, 경제 붕괴보다 더 빠를 수 있다
경제적 방어막이 유지되더라도 정치적 뇌관은 이미 점화된 상태다. 2025년 12월 이후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급확산하고 있으며, 식료품 가격은 2024년 대비 72%, 의료품 가격은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란 비공식 시장(암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약 156만 8000 ~ 157만 리알(IRR, (약 15만 7000토만)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월급으로 가족 전체가 외식도 하고 저축도 했던 수준이 지금은 한 달 꼬박 일해도 고기 몇 근과 생필품 조금 사면 월급이 통째로 사라지는 수준으로 폭락했다.
상인들의 경제적 불만에서 촉발된 시위는 이미 "정권 타도"로 구호가 변했다. 수십 년간 체제를 지탱해온 시장 상인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는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직전의 패턴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살레히-이스파하니 교수는 "정권이 전쟁에서 살아남더라도 이란 경제는 최소 10년 이상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가 버티더라도 민심이 무너지면 정권 생존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 기업·정부, 지금 당장 점검할 3가지
이란발 지정학 리스크는 단기에 해소될 성질이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7%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 발발 직후 코스피는 이틀간 약 19% 폭락, 원·달러 환율은 29일 기준 1509원에서 거래된다.
아이코노미유(ieconomyu.com)는 호르무즈 전면 봉쇄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약 22만 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며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첫째, 물류 경로 다변화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홍해·수에즈 경유 노선, 인도양-말라카 해협 루트, 러시아 북극항로 대체 가능성을 사전에 타진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수급 전략 재점검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계약 물량을 확대하고, 정부의 전략 비축유 방출 기준선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중동 의존 원유의 대체 공급처 발굴을 진행 중이나, 계약 체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핵심 지표를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 수(주간 단위) △브렌트유 선물 가격(배럴당 120달러 돌파 여부) △이란 내 반정부 시위 규모와 시장 상인 참여 수준. 이 세 지표가 동시에 악화될 경우, 공급망 재편 전략을 단순 검토에서 실행으로 전환해야 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이란의 저항 경제는 단기 군사 압박에는 강력한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체제는 정상적인 경제 성장을 포기하고 '생존'에만 초점을 맞춘 구조적으로 취약한 시스템이다. 공습의 표적이 군사 시설에서 에너지·민생 인프라로 확대되는 순간, 또는 내부 정치적 임계점이 먼저 무너지는 순간, 이란 경제는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붕괴할 수 있다. 한국의 대비는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