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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차, 브라질에 5101대 기습 상륙…관세 폭탄 전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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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차, 브라질에 5101대 기습 상륙…관세 폭탄 전 '싹쓸이'

7월 관세 35% 인상 D-2개월…중국 전기차, 브라질 시장 장악 초읽기
르노와 손잡고 현지 생산·지분까지 확보…'관세 장벽' 정면 돌파
중국 전기차 수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기차 수출.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최대 일간지 에스타당(Estadão)은 지난 7일~8일(현지시각), 중국 자동차 그룹 지리(吉利·Geely)가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파라나과(Paranaguá) 항구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EX5 EM-i' 5101대를 단 한 번에 하역하며 브라질 항만 사상 최대 단일 하역 기록을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항만청 '포르투스 파라나(Portos Paraná)'가 공식 SNS 영상을 통해 이를 공개하자 자동차 업계가 술렁였다. 단순한 수입 물량이 아니다.

오는 2026년 7월, 브라질 정부가 전기·하이브리드 수입 자동차 관세를 기존 28~30%에서 35%로 일괄 인상하기 직전, 재고를 최대한 쌓아두려는 전략적 선제 공세다.

두 달 새 기록 두 번 갈아치워…항구가 전쟁터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리자동차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3월 23일에도 파라나과 항에서 3370대를 17시간 만에 하역해 당시 파라나주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당시 시간당 하역 속도는 220대로, 브라질 다른 항구의 평균(시간당 150~180대)을 훌쩍 웃돌았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 기록을 스스로 갱신한 셈이다. 7월 관세 인상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현재 전기차에 2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28%, 일반 하이브리드에 30%의 수입 관세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이미 진출해 있는 폭스바겐·GM·피아트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강한 로비가 통해 정부는 이 세 가지를 2026년 7월부터 35% 단일 세율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지리자동차 입장에서는 PHEV 기준으로 세 부담이 단숨에 7%포인트 뛰는 것이다. 관세 인상 전에 통관된 차량은 이후에도 인상 전 원가 기준으로 판매할 수 있어, 경쟁사보다 수개월 치 가격 우위를 누릴 수 있다.

EX5 EM-i, 브라질서 얼마에 팔리나?

지난 4월 15일 브라질에 정식 출시된 지리 EX5 EM-i는 PRO·MAX·ULTRA 세 트림으로 출시됐다. 시작 가격은 199,990헤알(약 5992만 원), 최상위 ULTRA 트림은 234,990헤알(약 7040만 원)이다.

스펙은 강렬하다. 총주행 가능 거리 최대 1300km, 전기 모드 단독 주행거리 112km(ULTRA 기준), 제로백 7.8초. 관세 인상 이후에는 현재 가격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지리가 5천 대를 미리 쌓아둔 핵심 이유다.

르노 지분 26.4% 확보…현지 생산으로 '관세 면제' 노린다

지리자동차의 전략은 수입 공세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5년 11월 18일 르노 브라질 법인 지분 26.4%를 인수하며 공식 파트너가 된 지리는 파라나주 상주제두스피냐이스(São José dos Pinhais)의 '에어턴 세나 복합산업단지(Complexo Ayrton Senna)' 내 설비 개조를 이미 완료했다.

르노와 지리는 이 공장에 38억 헤알(약 1조 1385억 원)을 공동 투자해 2026년 하반기 중 EX5 EM-i 현지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전기 해치백 EX2도 2026년 말~2027년 초 같은 공장에서 국산화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수입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을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두 기업은 또 엔진·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합작사 '호스(Horse)'에 각각 45%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 위탁 생산을 넘어선 기술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에어턴 세나 단지에는 약 5000명의 직접 고용 인력과 2만 5,000명의 간접 고용 인력이 종사하고 있으며,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스페인 포드 공장도 인수…글로벌 생산 삼각 구도 완성


브라질 공세와 동시에 지리자동차는 유럽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 알무사페스 포드 공장의 'Body 3' 생산라인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GEA 플랫폼 기반 전기 SUV를 유럽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방침이다.

중국 본토→브라질→유럽을 잇는 글로벌 생산 삼각 구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현재 세계 7위 자동차 그룹인 지리는 볼보·폴스타·로터스·지크르·링크앤코 등 10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450만 대를 판매했다.

2030년까지 연 650만 대 생산이라는 목표도 공식화한 상태다.

관세 장벽이 오히려 중국차 날개가 된다?

브라질 완성차 업계가 정부에 압박해 관세 인상을 이끌어냈지만, 역설적으로 현지 생산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이미 공장을 확보한 지리 같은 브랜드에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7월 이후 수입 루트가 막히면 현지 생산 중국 브랜드가 브라질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관세 폭탄으로 중국차를 막으려다 되레 중국차의 현지화를 앞당기는 아이러니가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