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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주권 쟁탈전, 세계가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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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주권 쟁탈전, 세계가 뛰어들었다

코그니전트·도이체텔레콤·영국 정부…글로벌 소버린 AI 인프라 투자 2026년 248억 달러 돌파
삼성·현대·LG, 자체 구축 본격화…데이터 통제권 확보가 제조업 미래 경쟁력 가른다
IDC "2028년 다국적 기업 60%, AI 시스템 주권 구역별로 분리 운영"
한국 주요 기업들이 주도하는 피지컬 AI 주권 확보 및 소버린 구조 구축 경쟁 현황.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주요 기업들이 주도하는 피지컬 AI 주권 확보 및 소버린 구조 구축 경쟁 현황. 이미지=제미나이3
한국 제조업의 핵심 공정 데이터가 해외 클라우드 서버로 빠져나갈 것이냐, 아니면 기업 스스로 틀어쥘 것이냐는 싸움이 글로벌 산업 전쟁으로 번졌다.

PR뉴스와이어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코그니전트(Cognizant·나스닥 CTSH)가 기업 자체 소유형 '소버린 피지컬 AI' 플랫폼 서비스를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독일·영국·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AI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인프라 쟁탈전이 일제히 불붙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현대차·LG그룹은 이미 자체 소버린 구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장 두 개 시대"…세계가 소버린 AI 인프라에 뛰어드는 이유


글로벌 소버린 AI 인프라 시장 규모는 올해 248억 달러(약 38조6805억 원)에 이르고, 2040년에는 3016억 달러(약 470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19.5%다.

불길에 기름을 부은 건 엔비디아와 도이체텔레콤의 행보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스택을 기반으로 독일 뮌헨에 구축된 도이체텔레콤의 '인더스트리얼 AI 클라우드'는 유럽 최대 규모 AI 공장 중 하나로,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를 외부에 내주지 않고 AI 모델을 개발·운영할 수 있는 소버린 플랫폼의 실물 청사진으로 평가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제조사에는 두 개의 공장이 필요하다. 제품을 만드는 공장과 그 제품을 움직이는 지능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딜로이트가 세계 3200명 이상의 기업·IT 경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6 기업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버린 AI 컴퓨팅 분야에 투입되는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에이전트 AI·피지컬 AI·소버린 AI 세 축이 기업 혁신의 판도를 새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도 올해 4월 5억 파운드(약 1조404억 원) 규모의 '소버린 AI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 펀드는 영국 내 초기·성장 단계 AI 기업에 자본·컴퓨팅 자원·전략 지원을 직접 제공하며, 영국을 'AI를 사는 나라'가 아닌 'AI를 만드는 나라'로 키우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가트너 조사에서는 서유럽 기업의 52%가 데이터 주권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고, 47%는 비유럽계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액센추어 리서치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기업의 60% 이상이 앞으로 2년 안에 소버린 클라우드·AI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64%의 기업이 국가 안보·데이터 보호·디지털 독립을 위한 기술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삼성·현대·LG, 각자의 방식으로 '소버린 구조' 직접 구축


한국 대기업들은 외부 플랫폼을 구매하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소버린 피지컬 AI 구조를 쌓는 쪽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단계부터 틀어쥐는 전략을 택했다. 케이던스와 공동 개발 중인 피지컬 AI용 칩렛 반도체 플랫폼은 2027년 초 테이프아웃(설계 완료 및 공정 이관)을 거쳐 2027년 하반기 대량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자율주행·로봇·드론 제어·산업 자동화 등 용도에 따라 맞춤형 반도체 칩으로 완성할 수 있으며, 피지컬 AI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60~80% 미리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이영수 생산기술연구소장 부사장은 올해 2월 "제조혁신의 미래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스스로 최적 결정을 실행하는 자율 제조현장 구축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공장 현장 데이터를 직접 AI 학습에 쓰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제조 인프라·공정 제어·생산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대모비스는 정밀 구동장치 개발, 현대글로비스는 물류·공급망 최적화를 각각 맡는 그룹 전체 분업 체계를 갖췄다.

피지컬 AI 기기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 역량도 강화하고 있어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는 소버린 구조를 자체 실현하는 방향이다.

LG그룹은 계열사 수직계열화로 생태계 자체를 완결했다. 클로이드의 경우 로봇 몸체는 LG전자, 두뇌는 LG AI연구원, 센서는 LG이노텍,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운영·훈련 시스템은 LG CNS가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최근 '피지컬 AI 선도기술 개발'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으로 LG전자-마음AI-KT 컨소시엄을 선정해 통보했다.

"전략은 있지만 실행이 없다"…매킨지가 지적한 진짜 걸림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매킨지는 올해 3월 보고서에서 "소버린 AI를 2026년 로드맵에 포함한 기업은 많지만 구체적인 전략·실행 계획·예산·작업 분류 체계를 갖춘 곳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소버린 클라우드·AI 전환 작업은 기술 한계가 아니라 규제 워크로드 이전에 필요한 조직 정비 탓에 통상 3~4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IDC는 2028년까지 다국적 기업의 60%가 AI 시스템을 주권 구역별로 나눠 운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통합 비용이 세 배로 불어날 수 있어 규제 파편화와 공급망 리스크가 기업의 AI 전략 확장을 늦추는 핵심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회장은 최근 기고에서 "지역 제조업체의 공정 데이터, 의료기관의 영상 데이터, 산업단지 설비 데이터는 생성되는 곳에서 처리돼야 진정한 데이터 주권"이라고 밝혔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쥐었느냐가 아니라 현장에서 쌓인 데이터를 누가 먼저, 더 단단하게 소유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