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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中 해빙 기류’, 美 의회·행정부 강경 장벽에 전방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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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中 해빙 기류’, 美 의회·행정부 강경 장벽에 전방위 제동

트럼프, 시진핑 국빈 방문서 ‘수사적 양보’로 지지층 충격
中 유학·농지 획득 지지 및 간첩 우려 일축… 의회 “군사 악용 기술 판매 안 돼” 행정명령 압박
“美 대중 호감도 23%로 상승”… 대립 피로감 속 젊은 층 중심으로 ‘경쟁자’ 인식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 국빈 방문을 통해 베이징을 향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중 관계의 해빙 기대를 키우고 있으나,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부의 공고한 반중(反中) 안보 펜스에 가로막혀 가혹한 내부 저항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수사가 중국 내에서 낙관적 기대를 불러일으킨 것과 달리, 미국 정부의 시스템과 입법가들은 관세 폭탄과 수출 제한 조치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완전히 다른 압박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련의 파격적인 수사적 양보를 내놓으며 자신의 미국 내 정치적 지지층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을 따뜻하게 지지하는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계 자본의 미국 농지 획득을 옹호하고, 국가 간첩 활동에 대한 안보 우려를 일상적이고 쌍방향인 현실일 뿐이라며 쿨하게 일축했다.
또한, 정상회담 전부터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 허용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미국 행정부와 의회 양당 모두의 강경한 분위기상 정책적으로는 도저히 시작조차 될 수 없는 금기 사항이었다.

“말뿐인 거래주의” 비판 속 대립 피로감… 美 대중 호감도 23%로 ‘두 배’ 상승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드러운 독단적 입장은 워싱턴의 광범위한 대중국 견제 전략을 정의해 온 정부의 공식 제한 정책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양국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데이비드 밀(David Mill) 유라시아 그룹 중국 실무 책임자(전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부사령관)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긍정적인 말상 태도를 실제 정책 변화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는 중국의 위험성에 대해 워싱턴 정계에 깊이 제도화된 초당적 합의 장벽과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방중을 앞두고 하원 중국위원회 위원장인 존 물레나르(John Moolenaar) 공화당 의원은 "우리가 개발한 최고의 기술이 중국 군대의 손에 들어가 우리 군인들을 겨냥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대통령에게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로 카나(Ro Khanna)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의원들 역시 백악관에 공동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대만 정책 현상 변경 시도에 단호히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가혹한 패권 경쟁 프레임에 대한 미국 대중의 피로감과 관계 재안정화에 대한 기대감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제시카 첸 와이스(Jessica Chen Weiss)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적 합의는 깨졌다"며 제로섬 관계를 탈피하려는 초당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퓨리서치 센터의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서 베이징에 대한 호감도는 2023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한 23%를 기록했다. 특히 공화당과 민주당의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중국을 무조건적인 주적(Enemy)이 아닌 경쟁자(Competitor)로 바라보는 시각이 급증했다.

데이비드 밀 책임자 역시 "유권자들은 전술적 격화보다는 효과적으로 관리되는 참여와 상업적 안정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껍데기만 화려했던 정상회담… 유가 폭탄 속 ‘301조 관세’ 기습 부과로 합의 시험대


결과적으로 지난 정상회담은 화려한 외교적 의전과 겉포장만 요란했을 뿐, 구조적인 원자재 및 기술 통상 마찰은 전혀 해결하지 못한 ‘불안정한 안정’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미국산 농산물 구매 및 보잉(Boeing) 항공기 200대 구매라는 지극히 협소하고 거래적인 약속을 받아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양국이 무역 및 투자 위원회를 설립하고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했으나 관세, 수출 통제, 희토류 광물, 첨단 반도체 등 핵심 마찰 영역은 고스란히 미결제로 남았다.

이 같은 신사협정식 이해관계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기습 발표로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USTR은 1974년 무역법 제301조를 근거로 강제 노동 혐의와 관련해 중국을 포함한 60개국에 대해 10%에서 12.5%의 고율 관세 부과 제안을 전격 공시했다. 아울러 제조업 분야의 과잉 생산 문제를 저격하기 위한 추가적인 301조 관세 폭탄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USTR은 새로 구성된 미중상거래소(USC) 체제 하에서 약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성 무역 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틀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독일마셜펀드 전무이사는 "미국은 단지 기존 관세를 301조 관세로 대체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고, 중국은 이 아이디어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휴전이 깨지고 관계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전술적 마찰이 재발할 가능성이 분명하다"고 SCMP에 강조했다.

“대중국 기술 통제 풀지 마라”… 美 의회, ‘칩 도둑방지법’ 등 20개 입법 폭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해 대중국 무역 우선순위와 휴전 사이에서 밀당을 벌이는 사이, 미국 의회는 아예 대통령의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기 위해 강력한 입법 폭탄을 투하하고 나섰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셋과 커넥티드 자동차 부문에 대한 미국의 빗장을 독단적으로 풀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들이 연달아 발의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전격 허용하자, 격분한 의회 의원들은 당파를 초월해 중국의 첨단 칩 및 노광 장비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매치 법안(Match Act)’과 ‘우리 칩 도둑맞이 방지법(Stop Stealing Our Chips Act)’ 등 20개 이상의 초강력 규제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중국계 자동차 자본의 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응해, 하원 의원들은 트럼프의 중국 방문 직전 ‘연결 차량 보안법(Connected Vehicle Security Act)’을 긴급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라이선스로 구동되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은 미국 내 수입, 생산, 판매가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제시카 첸 와이스 교수는 오일 쇼크와 공급망 교착이 심화되는 와중에 오는 9월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시작으로 11월 APEC 정상회의, 12월 G20 정상회의 등 연쇄적으로 예정된 지도자급 회담이 관계를 재안정시킬 구체적인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보니 글레이저 전무이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인 미·중 관계의 거시적 방향성보다는 농산물이나 제트기 구매 등 눈앞의 전술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거래적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관된 대중 전략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밀 책임자 역시 "고정된 안보 전략이 아니라 즉흥적인 상업적 대응에 의존하고 있다"며 "진짜 위험은 해결되지 않고 축적된 구조적 긴장 폭탄이 결국 트럼프의 후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터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